“북, 영·유아 영양 개선 주장...현실은 오히려 악화 가능성”
2024.06.14
앵커: 북한이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영·유아 영양 상태가 개선됐다는 지표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통일보건의료학회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14일 ‘감염병 대유행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
윤지현 서울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매년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북한 내 식량 및 영양 상황이 매년 악화되고 있을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윤지현 서울대 교수: 아시아 국가들 간에 비교를 했을 때, 수치가 높을수록 심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인도에 이어 네 번째 심각한 국가로 북한이 기록돼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윤 교수는 북한 주민의 영양 섭취 실태를 보여주는 국내외의 다양한 지표가 김정은 집권 직후 호전되다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크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영·유아 영양 불량률과 관련해선 1998년부터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수치로 발표된 것일 뿐 실제로는 국가 전반에서 보이는 영양 상태처럼 악화된 상태일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기간 북한 관영매체 등에 실린 영양 관련 기사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그 양이나 내용으로 볼 때 영·유아에 대한 영양 공급에 초점을 맞춰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어린이 영양실조를 중요한 문제로 다루는 모습이 관찰됐다는 설명입니다.
심재은 대전대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보이는 이 같은 태도에 인도적 지원 대신 개발 지원을 바라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심재은 대전대 교수: 북한이 영·유아 영양 상태가 좋고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하는 것과도 상응되는 부분인데, 이제 이런 부분은 좋아지고 있으니까 인도적 지원은 필요 없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서, 국제기구에서 이뤄지는 인도적 지원이 많이 줄어들고...
심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질병과 영양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향후 통일이 된 이후 남북 주민들 간의 큰 격차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 내 열악한 영양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3일 북한인권특별보고관실에 따르면 살몬 보고관은 그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이 최근 주민들의 소규모 생계형 상업활동을 ‘반사회적 행위’로 탄압하고 쌀과 옥수수 판매 독점권을 다시 도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민간 거래를 용인하던 쌀과 옥수수 유통을 다시 독점함으로써 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계 수단을 박탈당하고 식량을 구입하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보고관은 “특히 상업 활동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삼는 여성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며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영양실조와 질병, 의료 서비스 접근성 부족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어 북한 내 보건 수준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 대다수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다”며 “북한 보건부는 최근 유엔아동기금(UNICEF)에 설사를 앓다 치료받은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만 경구용 수분 보충제를 받았다고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사례가 북한이 취약 계층에 최소한의 1차 의료 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기아와 영양실조는 올해 수확기 전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봄에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례 없는 고립 속에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악화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책임 회피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김건희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도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취약계층 건강권 진단’ 토론회에서 출생 이후 예방접종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북한 어린이의 비율이 2021년 기준으로 과반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건희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지난 5일): 북한 어린이들의 대다수가 예방접종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고, 그와 관련한 매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심하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불가능할 가능성도 큽니다.
당시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당시 북한 내 유통·보관 시설 부족으로 국제사회가 지원한 백신이 접종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한 꾸준한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