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함경북도, 주민들에 “돼지 뜨물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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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은 식량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축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축산 발전을 위해 지방마다 다양한 방법을 택하는데 최근 함경북도 주민들은'돼지 뜨물'을 바칠 것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풀 먹는 짐승을 많이 길러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것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축산 정책입니다. 배합 사료가 따로 생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땅에서 나는 풀로만 키우는 소, 염소, 토끼를 키울 것을 독려하는 것입니다. 또 주민들은 부수입을 위해 토끼, 돼지 등을 집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당국이 축산업에 대해 부쩍 떠들고 있다”며 “청진시에서는 당국이 주민들에게 돼지 뜨물을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돼지 뜨물’은 쌀을 씻을 때 나오는 쌀뜨물과 돼지 먹이가 되는 잔반 등 음식물 찌꺼기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소식통은 “지난 11월부터 시에서 매 가정에 쌀 씻은 물과 남은 음식물을 버리지 말고 모아 바치라는 지시가 포치(전달) 되었다”며 “뜨물을 바치는 날짜는 일주일에 한 번 각 동 별로 다르게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이렇게각 가정에서 바치는 뜨물은 축산협동(조합)이 가져간다”며 “한 번에 바치는 뜨물 양은 반 바께쯔(양동이)”로 정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뜨물 바치는 날에는 동사무소에 뜨물통을 실은 소달구지가 온다며 각 인민반 세대 명단을 가진 축산 협동 직원이 뜨물을 낸 것을 확인하고 대장에 기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람 먹을 것 자체가 충분하지 않으니 음식 찌꺼기가 거의 안 생긴다”며 “어떤 집들은 양을 채우기 위해 조금 모은 뜨물에 맹물을 섞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생활이 괜찮은 집은 상관없겠지만 사람 먹을 게 충분하지 않은 집은 매주 반 바께쯔의 뜨물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특히 닭이나 돼지가 있는 경우 집에서 키우는 짐승 먹이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데 축산 협동 조합에까지 뜨물을 바쳐야 해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 소속된 축산협동조합은 흔히 가두협동조합으로 불립니다. 가두여성(주부)들로 무어진(구성된) 작은 농장으로 돼지, 닭 등을 자체로 키워 시장에 팔아 수입을 얻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축산 협동에서 키운 짐승은 조합원인 가두여성들이 팔아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평양시 건설, 인민군대 지원 등의 명목으로 공짜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길주군에서도 주민들이 매주 1회 돼지 뜨물을 바치는데 주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매달 인민반 별로 돼지 뜨물을 바친 횟수와 질에 대한 총화(총평)도 하지만 주민들은 이에 무관심하다”며 “당국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마지못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각 가정에서 음식 찌꺼기가 거의 안 나오고 특히 먹다 남은 염장무가 돼지 뜨물에 많이 포함되다 보니 축산협동조합 돼지가 염독이 올라 죽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전문으로 돼지를 키우는 집에 뜨물을 받아주면 그 집에서 인사(사례)로 가끔 식량을 주거나 돼지를 잡으면 고기를 나눠주기도 한다”며 그러니 “누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축산협동에 뜨물을 바치는 걸 좋아하겠는가” 반문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지금까지 자갈, 모래, 거름 등 별의별 것을 다 바쳤는데 이젠 돼지 뜨물까지 바쳐야 한다”며 “축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건 좋지만 제발 주민들을 그만 들볶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