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인쇄설비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인쇄설비 관리와 이용에 관한 규정까지 새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반당, 반국가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각종 인쇄설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인쇄설비를 구입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며 국가기관이나 공장 기업소도 인쇄기를 구입하려면 상부의 승인을 받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25차 전원회의에서 ‘인쇄설비 관리 및 이용규정’을 새로 채택했습니다. 북한 언론이 당시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 대해 보도했지만 ‘인쇄설비 관리 및 이용규정’이 새로 채택된 것은 언급하지 않아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쇄설비 관리와 이용에 관한 규정을 정식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까지는 명문화한 규정없이 인쇄설비 구입과 관련한 지침만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행정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지난 7월 초 인쇄기를 가지고 있는 기관 성원들을 대상으로 법해설 모임이 진행되었다”며 “‘인쇄설비 관리 및 이용규정’이 새로 채택된 데 따른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법해설 모임에서는 인쇄설비 관리와 이용에서 제정된 규율과 질서를 세우는 것은 당과 국가, 군사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 강조되었다”며 “지난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인쇄설비 관리 및 이용규정’이 새로 채택된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법해설문은 인쇄설비 이용에 대한 법적 요구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단위에서 발생한 사례도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쇄물을 전문 출판인쇄기관에 신청해 출판해야 하는 질서를 어기고 출근일보와 식량공급카드, 회계부서에서 이용하는 분기표와 전표 등 각종 서류와 양식을 제멋대로 자체로 인쇄하거나 심지어 국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상표를 마구 찍어 사용하며 장사꾼들에게 판매까지 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또 “인쇄기 구입과 사용에서 인쇄설비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는 등 인쇄설비 이용과 관련한 규정을 철저히 지킬 데 대한 문제가 강조되었다”며 “각 기관들이 출판 및 인쇄물생산지령일지, 인쇄설비 사용일지를 만들어 놓고 사용정형을 정확히 기록하며, 인쇄설비가 있는 방에 해당 성원만 출입하는 질서를 세우고 한동안 인쇄설비를 쓰지 않는 경우 안전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게 새 규정의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법해설 모임이 지난 4월 새 규정 채택 후 3개월이나 지난 7월 열린 것은 본격적인 규정 시행 시점에 맞춘 것 같다고 말하면서 북한 매체에서 새 규정 채택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내부통제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한 기업소 행정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나도 (이달초) 인쇄설비 구입과 관리 및 이용에 대한 내용의 법해설모임에 참가했다”며“지난 4월 새로 채택된‘인쇄설비 관리 및 이용규정’을 해설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새로 채택된 규정에 의하면 인쇄설비를 다른 기관에 빌려주거나 다른 장소에 가져다 쓰려는 경우 기관 책임자와 출판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인쇄설비 관리 및 이용규정을 어기는 경우 강직(직급 강등), 해임, 철직,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 등의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기관과 공장 기업소가 가지고 있는 작은 문서용 인쇄기도 때 없이(불시에) 검열이 진행된다”며 “지난 6월 말에도 도 출판지도국 성원들이 직접 내려와 인쇄기와 구입신청서, 구입확인서, 등록증, 사용확인서 등 인쇄기 관련 문건(서류)을 깐깐히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은 절대 인쇄설비를 가질 수 없게 되어있다”며 “국가기관이나 공장 기업소가 인쇄기를 이용하려면 구입부터 사용까지 복잡한 절차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서 인쇄기를 구입하자면 안전부 감찰과, 보위부, 도 출판지도국의 승인을 거친 인쇄기 구입신청서가 있어야 하며 실제 인쇄기 구입시 구입확인서가 발급됩니다. 인쇄기를 구입한 후에는 안전부, 보위부, 도출판지도국에 기기 등록을 해야 하며 추가로 도 출판지도국의 인쇄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북한에는 출판과 관련한 업무를 지도 감독하는 출판지도총국과 출판물을 사전 검열하는 출판검열총국이 있으며 두 기관 모두 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속입니다. 각 도와 직할시에 출판지도총국과 출판검열총국에 소속된 인력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과거에도 각종 서류 인쇄과정에서 당과 국가 군사 관련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쇄설비 이용과 관련된 질서와 규칙을 지속적으로 교육한 바 있습니다. ( 기사참고)
또 지난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3장 18조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복사기, 인쇄기의 사용 질서를 엄격히 지키며 그것을 리용하여 불순출판선전물을 복사하거나 인쇄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련된 인쇄설비 관리와 이용에 관한 규정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포괄적으로 언급된 내용을 명문화해 공표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에 대한 통제 강화로 평가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