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남북한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습니다. 남한의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홍콩처럼 남북한도 특수 관계를 반영하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먼저 풀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남북한이 자유무역협정을 맺는다. 그러니까 교역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죠?
그렇습니다. 관세는 물론이고 상품 가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제도상의 제한들도 없애자는 겁니다. 상품과 서비스, 무역과 투자 분야가 모두 해당됩니다. 미국과 남한이 지난 6월말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이 좋은 예입니다. 다만 남북한은 여느 나라들과는 달리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의 형식도 통일 이전 단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홍콩이 지난 2003년 맺은 경제협력 강화 약정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홍콩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따라 국가간 협정이 아니라 기관간 약정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남북한도 이런 형식을 취해서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갖고 잠정적인 수준에서 일단 출발해보자는 겁니다.
남북한이 약정 형태든 협정의 형태든 자유무역을 할 경우 뭐가 좋아지는 겁니까?
우선 북한에게는 경제개혁이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틀이 생깁니다. 핵문제가 잘 풀려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도 없어지면 북한 경제가 수출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또 현재 남북한은 이미 민족 내부 거래라는 이름으로 교역품에 서로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는데, 이걸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밖에 북한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서 남북한의 경제통합에 도움이 되게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쉽게 받아들일지 의문인데요. 현재도 북한 당국은 경제개방 조치를 제한적으로 취하고 있지 않습니까?
삼성 측도 북한을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남북한이 이미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가 있는 만큼, 합의의 기초는 마련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작년 핵실험 이후 경제회생에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없애준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어떻게 개방의 폭을 넓혀 나갈지에 관한 청사진을 남북한이 함께 만들고, 남한이 일본이나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때 개성공단 같은 역외가공지역의 제품이 관세혜택을 받도록 해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남북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구상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의 어떤 반응은 어떻습니까?
무엇보다 한반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풀려야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미국 우드로우 윌슨 센타의 로버트 헤더웨이 아시아 국장의 말입니다.
Hathaway: Hong Kong is clearly part of the PRC and no one can dispute that.
헤더웨이 국장의 말은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뒤 중국의 일부가 된 상태에서 중국 본토와 자유무역약정을 체결했던 반면, 남북한은 아직 최소한 법적으로는 전쟁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과 홍콩의 사례를 따르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와 안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거죠.
무역측면에서 본다면 예를 들어 남북한간의 자유무역약정이 체결될 경우 개성공단 제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입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Noland: Determining whether the product is North or South Korean origin becomes an important issue.
놀란드 연구원의 말은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남한산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현재로서는 미국과 남한이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산으로 인정받아 미국시장에서 관세혜택을 받으려면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공단의 노동과 환경 기준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무척 까다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