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납북 피해자 가족 “김정은, 납북자 전원 송환 결단내려야”
2019.12.18
앵커: 지난 1977년 납치된 일본 납북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그의 남동생 요코타 타쿠야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사무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는 점에 대해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이상 납북자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납북자 전원을 즉각 송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목용재 기자가 요코타 타쿠야 사무국장을 직접 만났습니다.
- 일본인 납북 피해 사례는 1970년 경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는데요.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근황은 어떻습니까?
요코타 타쿠야: 40여 년 전에 일본인 납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 부모님 세대가 그 당시 최전선에서 이 문제와 맞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이 같은 활동을 하시던 분들 중에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있습니다. 아직 생존해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이동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또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의 잔인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가족의 경우 누님인 메구미가 다니던 중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매년 저희 집을 찾아주셨습니다. 그 때마다 메구미의 생일 선물을 가져다주셨죠. 하지만 교장 선생님도 고령이 되셔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지난 해 4월부터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서 현재 입원 중이십니다.
- 납북 피해자들의 생환을 위해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가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요코타 타쿠야: 북한은 납북자들을 24시간동안 엄중하게 감시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마치 파악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본 정부에 납북피해자와 관련된 조사위원회를 다시 가동해보자는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제안에 부응해선 안 됩니다. 북한의 거짓말 외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이 해야 할 조치는 모든 납북자들의 즉시 일괄 귀국 뿐입니다. 북한 당국이 감시 시스템을 통해 납북 피해자들을 파악고 있다면 그들을 즉시 일괄 귀국시키라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사항입니다. 북일 간의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도 거론되는데, 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울만 좋은 방안일 뿐입니다.
- 납북 피해자 조사위원회의 재가동, 북일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북한의 제안이 실제 있었던 것입니까?
요코타 타쿠야: 북한 당국이 직접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북한 당국의 입김이 닿는 개인 단체나 관련 단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일부 국회의원도 독자적인 행동 차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 같은 활동은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북한은 비핵화 회담 등 관련국들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에 소극적입니다. 이렇게 꽉 막힌 상황에서 납북 피해자 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회의 재가동이나 북일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 납북 피해자들을 생환시킬 수 있는 또다른 방안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요코타 타쿠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2년 납북 피해자 5명이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그 후 17년입니다. 돌아온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일부 해결’은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저는 현재 상황도 꽉 막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제1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일본인 납치 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납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고위 관리들이 이 같은 상황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못합니다.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상 그런 것이죠. 따라서 그동안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납북자 문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 이후 경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이 이제서야 납북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이죠. 이는 커다란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의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코타 타쿠야: 지난 해와 올해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차원에서 굉장히 큰 진전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을 통해 핵 시설을 공개하며 출구 전략을 구사하고 이에 따라 경제지원을 받는 상황을 기대했죠. 그렇지만 미국 정보기관이 내놓은 내용을 보면서 북한이 말하는 바는 진정한 핵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현재 2017년의 긴장 상황이 다시 연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희들의 목적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모든 납북자들의 즉시 귀국. 이것 하나입니다. 이 부분을 아베 신조 총리가 힘차게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는 앞으로도 일본 정부와 협력해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호소할 것입니다.
- 누님인 요코타 메구미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지난 2002년 북한 당국이 메구미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메구미의 유해를 보내왔는데요. 당시 심정은 어땠습니까?
요코타 타쿠야: 북한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당시 누님인 메구미의 납치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메구미가 자살했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유골을 보내왔죠. 이를 일본 정부가 조사했더니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됐습니다. 북한이 인질 외교를 계속 펼치고 있는 겁니다. 당시 메구미의 유해를 전달받기 위해 일본 정부 당국자를 도쿄 내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저와 제 남동생, 아버지, 어머니가 일본 정부 당국자로부터 하얀색 상자에 담긴 유골을 받았습니다. 유골 상자를 받는 순간 그것이 가짜일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보내온 유골 상자였기 때문에 어느정도 각오는 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크게 낙담하지도 않았습니다. 가짜 유해를 보낸 북한에 대해 큰 적개심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슬픔을 느낀 적이 있는데요. 북한 내에서 찍힌 메구미의 사진을 봤을 때입니다. 메구미는 늘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그 사진 속 메구미의 눈에는 이전에는 전혀 본 적 없는 고통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메구미는 42년 전 납치된 이후부터 우리의 구출을 계속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42년동안 투쟁해 온 우리 가족이 재회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상상하기 싫습니다.
- 요코타 메구미의 생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있습니까?
요코타 타쿠야: 메구미가 세상을 떠났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밝힌 메구미의 사망 시일이 있습니다. 일본으로 생환한 5명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또 북한이 메구미의 유골을 보냈는데 이마저도 다른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구미의 죽음에 대해 북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일본에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들도 있는데요. 북한의 중요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 때문에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납북자를 활용해 공작원에 대한 일본어 교육을 진행했다는 것이나 납북자의 신분을 가로채 공작을 벌인 것, 국내외 북한의 공작 구조가 드러날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납북피해가족연합회와 우리를 지원해주는 단체들의 방침이 변한 것이 있는데 납북자들을 귀국만 시켜달라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북일 국교 정상화 등과 관련해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고 납북자들을 귀국만 시켜주면 우리는 더 이상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요코타 타쿠야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사무국장님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