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전문가들 “북한 주민 추방, 명확한 법적 근거 부족”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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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한국 내에서는 한국 정부의 이번 북한 주민 추방이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성급한 조치라는 지적이 북한 인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해에서 나포된 두 명의 북한 주민을 지난 7일 북한으로 추방한 한국 정부.

이들이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내려진 이 같은 조치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북한 주민들을 며칠 동안의 조사만으로 추방한 것은 성급했다는 겁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즉 한변은 8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으로의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두 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위헌, 즉 한국 헌법에 대한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헌법은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영해, 영토 등 현실적 관할 범위 안에 들어와 한국으로 귀순 의사까지 밝혔다면 당연히 한국 국민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동료 선원에 대한 살인 등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북한 내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한국 내에서 다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국민과 같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도 당연히 적용받았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김태훈 한변 대표: 대한민국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거든요. 한국 사법당국이 직접 조사를 했어야지, 그런 것도 없이 불과 3일 만에 관계 회의가 어떻게 열렸는지 그 내용도 알 수 없다는 것은 중대한 절차 위반이라고 봅니다.

한변은 탈북민정착지원법, 즉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 지원금 등 보호혜택을 주지 않는 근거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조항이 북한 주민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북한으로 추방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국제법상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은 한국 헌법상 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난민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 사법체계상 이들이 송환되면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커 이는 오히려 난민법이나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윤여상 소장도 한국 정부의 북한 주민 추방이 한국 헌법과 탈북민정착지원법, 한국 대법원 판례 등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인권 전문가인 윤 소장은 한국 국민이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할지언정 다른 나라로 추방할 수는 없다며 북한 주민도 한국에 들어오면 스스로 송환을 원하지 않는 이상 한국 국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에 추방된 북한 주민 두 명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최우선으로 취하고 철저히 진실규명을 해야 하며 향후에도 북한 주민을 북송할 때는 본인의 분명한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가릴 검증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각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하면서도 향후 관련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은한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사실 이번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여서 명백히 이것에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좀 미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향후 제도적 보완 방안을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상 북한 주민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한국 땅을 밟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에 추방된 북한 주민 두 명이 왜 기본권을 누릴 기회를 갖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들을 강제로 북한에 보낸 것은 대한민국 국민을 적지로 보내는 것이라며 일종의 납치와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들이 저지른 행위가 전례 없는 흉악범죄라는 사실과 경로,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정착지원법상 당사자가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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