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학생 “교과서, 평범한 이웃으로 서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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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인권단체가 북한 출신, 즉 탈북 학생들과 함께 한국 교과서가 북한이탈주민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탈주민을 어려움을 겪는 존재가 아닌 한국 사회 내 동등한 존재로 서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24일 북한 출신 고등학생들과 한국 교과서 속 북한이탈주민이 어떻게 묘사됐는지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3명의 탈북 고등학생이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했는데 탈북 청소년이 북한이탈주민과 관련한 한국 교육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초중등 도덕 교과서 10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대체로 어려움을 겪으며 지원을 제공 받아야 하는 존재로 한국 교과서에 묘사돼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어려움, 도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전체 서술의 80%를 차지하는 반면 북한이탈주민을 한국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거나 능동적 모습을 강조한 서술은 4%에 그쳤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탈북 학생들은 이같이 편향된 내용으로 구성된 교과서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어려움을 실제보다 과장하고 북한이탈주민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북한이탈주민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동등한 존재로서 서술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 내 이웃으로 일상에서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서술, 나아가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 사례를 교과서 안에서 균형 있게 담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차미리 교육훈련팀장의 말입니다.

차미리 북한인권시민연합 교육훈련팀장: 전반적으로 불쌍하고 안타깝고 우리가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서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웃에 있는 옆에서 같이 교육을 듣는 평범한 똑같은 학생으로서 바라봐 달라 그런 시선이 필요하다 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탈주민의 어려움을 교과서에서 다룬다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해야 비로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교육 대상자들의 이해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밖에 성인 탈북민에 비해 낮은 탈북 청소년에 대한 내용 비중을 지금보다 높이면 교육 대상자들이 교과서 내용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한편 차미리 팀장은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한 탈북 학생들이 연구 과정을 통해 기존 생각이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며 탈북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구 활동을 추가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차미리 북한인권시민연합 교육훈련팀장: 내가 지금은 혜택을 받고 있고 지원을 받고 있을지언정 이런 시선들은 충분히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탈북) 아이들이 많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올해나 내년에도 저희가 추가적으로 다른 주제로 한번 더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지난 1996년 설립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전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최초의 시민 단체로 2011년 캐나다 정부가 제정한 존 디펜베이커 인권 자유수호자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