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법, ‘수단’만 제한해도 표현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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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전단의 내용이 아닌 표현 수단만 규제하는 것으로 해석되더라도 이를 표현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서한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수단(means)을 제한하는 것이지 본질적인 내용(content)을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한국 정부.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유엔 특별보고관 4명은 지난 4월 19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입장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12일 북한 지도부 인사의 모습을 합성한 외설스러운 대북전단의 내용 등을 문제 삼던 한국 정부의 기조가 현재는 달라진 것이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전단의 내용적인 측면은 대북전단금지법인 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 :외설적 선전물 등 내용적 측면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규율하지 않으며, 음란 선전물 등의 유포 등을 규제하는 다른 법률이 적용되는 사안입니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한국 정부가 답변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전단 등 살포가 한국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해 제한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수단만 규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한국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현행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내용이 아닌 수단만 규제한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소 침해의 원칙을 자동적으로 충족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허점들이 많이 보이는 거죠.

한국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자국민 안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약하는 것으로, 이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ICCPR) 19조 3항에 따라 허용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조항은 국가안보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을 통해 표현의 자유 권리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이와 함께 한국 정부는 외설적인 내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다며 이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제재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법안의 한국 국회 통과 당시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전단지 내용 중 북한 지도부를 합성한 외설적 선전물이나 가짜뉴스를 담은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한국 정부의 답변서와 관련해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수단’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일 뿐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말장난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보부터 중단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