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파견 북 노동자들 ‘카드’로 상시 사상교육
2024.10.16
앵커: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의 사상적 일탈을 원천 차단한다며 카드로 요약한 우상화 자료들을 매일 암기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외화벌이 인력으로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들은 당국의 관리 하에 집체 숙식하고 노동하면서 주 1회 학습회로 사상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달부터 카드를 이용한 우상화 교육이 매일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둥 주재 대북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부터 단둥기업에서 일하는 북조선 여성들이 일하다 쉬는 시간에 카드내용을 암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드에는 (김정은) 위대성자료를 요약한 내용이 써 있다”며 “우상화교육을 생활화하라는 당국의 지시로 북조선인력책임자가 여성들에게 내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단둥을 비롯한 랴오닝성 일대에서 임가공의류와 수산물 가공 등 중국기업에 고용되어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3만 여명 정도로 알려졌는데, 지금까지 이들은 최고지도자의 정책과 위대성자료를 주에 한번 정규 학습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소식통은 “이달부터는 정규 학습회와 동시에 매일 카드에 적힌 위대성자료를 암기하고 퇴근 후 발표하도록 사상 학습 강도가 높아져 쉴 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동강에 주재한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해외 파견된 (북한)노동자들에게 카드를 이용한 위대성학습을 강화하라는 당국의 지시는 사상적 일탈을 사전에 막아 탈북 원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동강에서 집체 숙식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북한)인력책임자가 호실마다 수십 개 정도의 카드를 나누어 주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하루 노동은 아침 8시부터 밤 9~10시에 끝납니다. 이후 진행되는 사상학습회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암기한 카드 내용을 발표하고 그 카드를 바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이어 “바친 카드는 다음 날 서로 다른 호실에 돌리는 방식으로 매일 새로운 우상화내용이 적힌 카드를 받아 암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이 집체 숙식하는 호실 벽체와 복도는 물론 화장실 문에도 우상화내용이 써 있는카드가 붙어있는데, 식당과 화장실을 오가면서도 위대성 자료를 읽으며 뼈에 새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여성노동자들은 호실에서 작업장으로 걸어가면서도 카드내용을 암기하고, 점심 밥을 먹으면서도 카드를 손에 들고 내용을 암기하고 있다”며 “일부 여성들은 ‘하다하다 이제는 카드까지 나눠주며 사상교양 하냐’며 수군거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