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돌림감기 유행....해열진통제 부족 여전
2023.12.28
앵커 : 최근 북한 함경북도 농촌 지역에 유행성 독감이 돌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해열진통제 부족이 코로나 시기를 방불케 한다고 호소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무상치료제도 실시를 요란하게 선전하지만 실제 보건 실태는 매우 열악합니다. 의사 등 의료 인력은 물론 병원, 의료 기구 특히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의약품 부족이 심각해지자 당국이 나서 소금물로 입 안 헹구기, 버드나무 잎 우려 마시기 등의 민간요법을 선전했을 정도인데요. 날씨가 추워지며 다시 돌림감기(유행성 독감)가 유행하자 지방에서는 의약품 난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연사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돌림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주민이 많은데 해열진통제 등 감기약을 구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돌림감기는 39~40도에 달하는 고열과 두통, 콧물 그리고 목 아픔이 심한 게 특징”이라며 “약국이나 약 장사를 찾아가도 아스피린,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같은 감기약은 절품이라 소금물 함수(소금물 헹구기)를 하며 억지로 병을 견디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는 국산은 물론 외국산 감기약이 흔했다”며 “가짜가 많은 국산(북한산) 약보다 중국산이나 인디아(인도)산 감기약을 많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수입 약은 구경하기도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또 “도 소재지인 청진에 가면 약을 구할 수 있겠지만 감기약 때문에 200리가 넘는 청진까지 갔다 올 순 없는 노릇이라 정말 속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함경북도 연사군은 백두산과 가까운 고산 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지역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어느 집이나 땔감 부족으로 불을 많이 때지 못해 종일 밖에서 일하다 집에 와도 몸을 녹일 곳이 없는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 누구나 겨울 동안 감기에 여러 번 걸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경원군의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돌림감기가 주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경원군은 두만강 바람이 심한 지역이라 겨울이 되면 어른이든, 아이든 기침이나 감기를 달고 사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 돌림감기는 약을 먹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원군 역시 “감기약 구하기가 코로나 시기만큼 어렵다”며 “국경이 막히기 전에는 중국산 (해열진통제) ‘정통편’이 흔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흔하던 ‘정통편’도 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중국과 연결된 교두(다리)가 열리면 이전처럼 중국 약이 들어와 의약품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당국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주로 찾는 감기약은 아스피린,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이며 약국이나 집에서 약을 파는 개인 약장사를 통해 약을 구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부분 약은 국내산보다는 중국 등의 수입산이 많아 코로나 봉쇄 이후 약품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