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군인·민간인 접촉 처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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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군인과 주민이 접촉하면 이들 모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군인과 주민 간 밀착관계를 뿌리뽑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군인과 민간인의 접촉을 철저히 통제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입니다. 당시 북한은 군인들 속에 코로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체 민간인들과의 접촉을 차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올해 8월 26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공민(주민)들의 귀국이 승인됐다”고 발표하면서 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종식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2일, 북한의 인민군총정치국은 “부대의 허가 없이 주민들과 접촉한 군인들을 처벌함에 대하여”라는 지시문을 인민군 산하 각 부대들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북한의 사회안전성도 이달 9일 “특별한 이유 없이 군인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군인들의 경비구역을 침범한 자들을 엄중 처벌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고장을 각 인민반에 돌렸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요즘은 길을 가다 안면 있는 군인을 마주쳐도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군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걸릴 경우 군인은 인민군 경무부(헌병)로, 주민은 주변 분주소(파출소)로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군 경무부에 끌려간 군인과 분주소에 끌려간 주민은 서로 만나게 된 경위와 만나서 나눈 대화를 낱낱이 기록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사실확인서를 대조해 내용이 맞으면 풀려나고, 내용이 다를 경우 며칠이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군인과 일반 주민의 만남을 감시하는 조직으로 청년동맹 산하 불량청소년 단속 그루빠(그룹)와 노농적위군 산하 노동자 규찰대, 사회안전성 산하 기동순찰대와 기동타격대가 있으며 그 외에도 각 지역 담당보위원과 담당안전원이 있고 주민신고체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군인들과 주민들의 접촉을 통제하는 것은 전통적인 군인과 주민 간 관계를 완전히 부수어 버리겠다는 김정은의 새로운 통치방식”이라며 “하지만 김정은의 새로운 통치방식이 성공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당에 나오는 의약품에서 휘발유와 디젤유, 식량과 군복, 심지어 소금에 이르기까지 전부 주민들과 밀착한 군인들이 부대에서 빼돌린 것”이라며 “군인들이 빼돌리는 물자가 없다면 장마당은 운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국경연선에서 일상화 된 밀수와 주민들의 탈북, 국가 주요 비밀 누설도 군인들과 밀착한 주민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군민일치(군인과 민간인은 하나)의 전통이 훼손되더라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겠다는 것이 김정은의 결심이고 통치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과거 김정일은 장마당을 없애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군인들과 주민들의 밀착관계는 장마당을 초월한 생존수단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의도만으로 끊어버릴 수 있는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