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위,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조사’ 진정 또 각하

서울-한도형 hando@rfa.org
2023.08.02
한국 인권위,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조사’ 진정 또 각하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한국 인권위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이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는 진정에 대해 재차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0년에 이은 두 번째 각하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말 전원위원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조치가 적절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 의원실에 보낸 답변자료를 통해 지난 6 26인권위원 재적인원 11명 중 10명이 의결에 참석한 가운데과반수 찬성으로 각하 및 정책권고로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답변자료에서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해당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된 만큼 피해자 권리 구제 절차가 진행 중에 있고 인권위법 중범죄 수사나 계속 중인 재판에 중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해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아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권위는피해자의 기본권 침해 문제는 생명권 침해와 관련된 엄중한 문제이므로 적극적인 제도 개선 조치를 위해 관계기관에 강제송환 관련 절차 개선 등을 위한 정책권고를 하도록 했다세부 내용을 담은 결정문이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권위는 인권 보호와 향상을 목적으로 설치된 한국의 독립기관입니다. 인권위는 앞서 2020년에도위원회가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진정을) 각하한다는 인권위법 조항을 들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

 

탈북민 선원이 이미 북한으로 보내져 이들의 의사를 조사하기 어렵고 정보 접근에도 제약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한변은 2021 1월 인권위의 각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2022 1심ㆍ2심에서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 11월 인권위가 상고를 포기하며 이 판결은 확정이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사유를 바꿔 다시 각하한 것입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한변의 김태훈 명예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법원에서도 조사할 만큼 했으며 판단만 남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는데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탈북민 선원의 구제를 외면하고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부정한 인권위 창설 이래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전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고또다시 행정소송을 할지 향후 계획은 실익 등을 따져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권위가 1일 정경희 의원실에 보낸 답변자료에 따르면 6 26일 의결에 참석한 인권위원은 송두환 위원장을 비롯해, 남규선, 이충상, 김용원, 서미화, 석원정, 윤석희, 김수정, 한석훈, 한수웅 등 10명이며 이중 이충상, 김용원, 한수웅 위원을 제외한 7명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입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의 말입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명예회장: 극히 아주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법원에서까지도 이제 조사할 만큼은 했고 판단만 남았다는 취지인데 거의 4년씩이나 끌면서 또 탈북민 선원들의 구제를 외면했다는 것은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정한 것이다, 인권위 창설 이래 최악의 결정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6 29일 탈북민 최초로 인권위 인권위원(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형사재판 중인 사건이라도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을 경우 인권위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며 인권위가 주장한 각하 이유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국내법, (국제규범인)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을 어기고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보호책임을 지키지 않은 사건이라고 강조했고 인권위가 각하 결정과 함께 정책권고를 낸 것은여론을 의식한 소극적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다시는 인권위에서 이와 같은 결정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인권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인권위 인권위원): 이 사안에 대해서 인권침해적인 요소들이 분명 다 보이잖아요. 형사재판 중이니까 지금 인권위원회가 먼저 표명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좀 잘못된 거죠. 그렇더라도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잖아요. 그러면 인권위는 그걸 권고할 수가 있어요. 저도 그 내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밖에 사단법인 북한인권, 올바른북한인권법위한시민모임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할 인권위가 탈북민 인권을 내팽개치고 전 정권을 비호하는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규탄했습니다.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지난 2019 11월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탈북민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들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사건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통일부는 2022 7월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4월에는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통일부 장관이 한국에 온 탈북민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중대 범죄자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전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은 기소돼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이들의 혐의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을 위해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 혐의, 탈북민 선원이 한국 법령ㆍ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 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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