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최지선NKDB 연구원 “북 인권침해 소송제기 중요”
2023.04.28
앵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최지선 인권침해지원센터 연구원은 북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국제적 책임 규명을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재판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소송을 더 활발하게 제기하는 것이 향후 다양한 책임규명 방안을 수립하는 데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최근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법률 상담을 시작했는데요. 상담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지선 연구원: 인권침해지원센터는 북한 인권 사건을 실제로 법원에 제소해서 피해자들의 법률 구제를 실현하기 위해, 또 가해자들 책임 규명을 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뵐 수 없으니 인권 침해를 경험하고 오신 북한이탈주민분들을 먼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정작 이 이탈주민분들을 만나 뵈면 우선 국내에서 겪는 법률 고충 사건들이 많이 있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법률 구제 경험들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 장기적으로 북한 인권 사건에 대한 법률 활동에도 더 관심을 두시겠구나, 하는 취지로 이러한 상담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접수된 것을 보면 사건 유형이 다양한데요. 가사, 이혼, 사기 피해 사건들도 많고요. 또 생계 문제로 인한 파산·면책, 회생, 이런 케이스(경우)들도 자주 있습니다. 상담은 올해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의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책임규명 방안도 계속 모색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제 사법기관을 통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이러한 방안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최지선 연구원: 우선 2014년 COI(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도 북한 인권 사건들이 ICC(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ICC 설립 협정)상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고요. NKDB도 이런 흐름에 따라서 국제 재판정에 세울 수 있는 방안들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다만 ICC 제소에는 알려진 바와 같이 여러 제약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관할권에 관한 제약이 큰데요. 북한이 로마규정 당사국이거나 또 비당사국으로서 관할권을 수락해야 하는데, 이것들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고요. 또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죠. 그래서 한편에서는 ‘보편관할권’이라는 주제가 논의되고 있는데요. 보편관할권이라는 것은 아주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장소, 피해자, 가해자의 국적과 관련이 없는 다른 국가도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인주의, 속지주의에서 나아가 오로지 범죄의 성질에 근거하는 형사 관할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독일과 프랑스에서 보편관할권 사례들이 제기되었고 실제 판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이 북한 인권 사건들이 어느 법정에서 쓰일 것이라는 것을 일단 전제로 하고, 반인도범죄로 성립될 만큼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사안들로 구성될 수 있도록 증언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느 재판정에서 진행이 되건 이 증거들을 토대로 판결이 나오니까요. 또 이 일은 NKDB에서 꾸준히 해온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동안 조사·기록한 증거 자료들을 실제 판결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 또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 인권침해 사건을 국제 법원뿐 아니라 한국 법원에 제소하는 사례들도 있는데요. 지난 2020년에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포로가 돼 노동력을 착취당한 국군포로 피해자들이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법적 조치의 의미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최지선 연구원: 국내 법원에 제소하고 판결이 나오는 사례들은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유사 소송들이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국내 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쟁점은 북한이 당사자 능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북한을 국가로 보게 된다면 국가주권면제에 의해서 남한 법원의 재판 관할권이 없겠죠. 또는 (주권 국가를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를 적용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 3조에 의해 북한은 국가로 보지 않고 통일 지향 과정에서 형성되는 잠정적 특수 관계다, 이런 특수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북한이 국내 법원에서 당사자 능력이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최근 국군포로 손해배상 판결에서는 북한을 민사소송법상 비법인사단, 즉 법인격이 없는 사단으로 보고 소송 당사자 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해석들이 굉장히 유의미한데요. 또 ‘김일성, 김정일 선대에 벌어진 일을 김정은에게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김정은의 직접 행위가 아니더라도 김정은에게 손해배상 채무가 결국 상속된다는 논리가 적용됐는데요. 따라서 김정은의 상속 지분을 계산해서 김정은에게도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사용됐습니다. 물론 이러한 국내 판결이 승소가 돼도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현재 대한민국 내에 집행 가능한 북한 소유 재산을 상대로 추징금 소송이 별도로 진행 중입니다. 법원은 결국 채권추심을 인정하지는 않았는데요. 이후 판결들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국내 법원 소송 제기가 더 활발해지고 판례들이 더욱 많이 나온다면, 향후 국내 법원에서 북한 인권 사건을 다루는 문제에 유의미한 시사점들을 많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러한 법률적인 활동도 결국 피해자 중심으로 진행이 돼야 할 텐데요. 얼마나 많은 탈북민들이 법률 구제, 인권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최지선 연구원: 네, 맞습니다. 이 모든 활동들도 결국 인권 피해를 경험한 북한이탈주민분들이 주체가 되고, 또 자발적인 의지가 필요한데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의지가 없으신 탈북민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 원인은 재북 가족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두려움, 생계에 더 집중해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 남한 사회 내에서 탈북민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위축감, 교육 경험의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최근 저희가 북한이탈주민 여성, 청년, 공직자 출신, 구금 피해 경험자, 이 4개의 포커스 그룹(초점 집단)을 구성해서 참여 유도 방안에 대한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유의미한 지표들을 얻었는데요. 특히 교육 쪽으로 좀 인사이트(통찰)를 얻었습니다. 온라인, 유튜브, 책자 등을 통해서 탈북민분들에게 법률 구제 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NKDB가 관련해서 마련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지선 연구원: 첫 번째로는 올바른 인권관, 또 북한 인권 사건에 대한 법률 구제 개념을 북한이탈주민분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핸드북(안내서) 자료와 교육 영상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내용)를 온라인을 통해 널리 홍보하고 또 오프라인을 통해 자료를 배포하고,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교육받을 계기를 마련드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 계획으로는 ‘탈북민 법교육 아카데미’인데요. 현재 탈북민 무료 법률 상담은 이미 발생한 법률 고충 사건들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면, 이 탈북민 법교육 아카데미는 예방적인 취지가 있습니다. 실질적인 법률 지식을 미리 배움으로써 형사·민사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사전에 예방하고자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그램 강의는 총 9번, 이론 강의 8번과 체험학습 1번으로 구성되고요. 강의 주제는 브로커 계약, 다단계 사기 문제, 파산·면책 등 실제 상담이 진행된 주제들로 이뤄질 것입니다. 강사는 북한이탈주민 문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변호사님 8분을 모실 예정이고요. 강의 시기는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입니다. 장소는 NKDB 남북사회통합교육원 교육장에서 진행하는데, 지방에 멀리 거주하시는 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한국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최지선 연구원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지정은입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