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수미 테리 “바이든 대통령, ‘비욘드 유토피아’ 보길”
2023.11.16
앵커: 탈북민 일가족의 탈북 여정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가 지난 1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상영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비욘드 유토피아’ 공동 제작자인 수미 테리(Sue Mi Terry) 전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신도 한반도 전문가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북한 인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여성인터뷰], 수미 테리 전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과 대담에 한도형 기자입니다.
[기자] 수미 테리 전 국장님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우드로윌슨센터 등에서 약 25년 일해온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 제작에 나서게 되셨을까요?
[수미 테리] 공동 제작자인 재나 에델바움(Jana Edelbaum, 영화 제작자)이 약 6년 전 저에게 다가왔고 실제 제작에 착수한 것은 약 5년 전입니다. 저는 이전에는 영화 제작자로서의 경험도, 이 산업에서의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탈북민 이현서 씨의 자서전) 책 ‘7개 이름을 가진 소녀(The Girl with Seven Names)’를 읽고 저에게 북한 인권 문제와 탈북민 문제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또 그녀는 자신이 대도시 뉴욕에 살고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알아야 되는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되물었습니다. 저는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언론이 주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등에 집중하며 북한 인권 문제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그녀와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고 그녀가 운영하는 제작사의 공동 파트너와 함께 3명이 시작했습니다.
“이론을 통해서 접하는 것과 직접 보는 것, 전혀 다른 경험”
[기자] 한반도 전문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오셨는데요. ‘비욘드 유토피아’ 제작에 참여하시면서 새롭게 느끼게 되신 점이 있으실까요?
[수미 테리] 제작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이고 스스로도 탈북하려는 사람들과 탈북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는 저에게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북한 전문가로서 탈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접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고, 커다란 배움이 되었습니다.
[기자] ‘비욘드 유토피아’의 공동 제작자와 감독이 모두 여성인데요. 여성들의 시각이 담긴 측면이 있는지, 특별히 와닿은 장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미 테리] 많은 여성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죠.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 3명은 모두 여성이고, 감독도, 초기 투자자들도 모두 여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녀가 있는 어머니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특히 다큐멘터리 중 자신의 아들을 탈북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탈북시키지 못한 어머니 ‘이소연’ 씨의 몸부림과 고통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소연 씨가 (아들의 탈북을 기다리며 한국에서 미리) 아들의 옷을 사서 정리하는 장면이나 아들이 훌륭한 예술가라고 말하는 장면 등을 감독이 다큐멘터리 안에 담은 것에는 어머니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감독이 알고 있었던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탈북민분들도 혹시 ‘비욘드 유토피아’를 보셨을까요?
[수미 테리] 네. 우리는 노 씨 가족들과 이소연 씨, (이들의 구출에 관여한) 김성은 목사를 ‘선댄스영화제’에 모셨고 그들은 그곳에서 다큐멘터리를 처음 봤습니다. 특히 노 씨 할머니의 경우 연세가 80대인데 그녀는 이전에 영화관을 가본 적이 없었고 영화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가 그녀의 삶과 탈북에 관한 영화였던 것이죠.
“바이든 대통령, ‘비욘드 유토피아’ 보면 커다란 영향 받을 것”
[기자] ‘비욘드 유토피아’가 적지 않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본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대하시는 효과나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수미 테리] 제가 바라는 것은 이 영화가 북한의 인권 상황과, 북한에 있는 사람들, 북한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저는 또한 이 다큐멘터리가 정치권에도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합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가 권한 탈북민 강철환 씨의 책, ‘평양의 수족관(The Aquariums of Pyongyang)’을 읽고 난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일과 유사하게, 저는 만약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후 다른 세계 지도자들을 만날 때에도 이 다큐멘터리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영화의 제목 ‘비욘드 유토피아’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유토피아를 넘어서’ 입니다. 제목을 ‘비욘드 유토피아’로 정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수미 테리] 제목을 정할 때 ‘Escape from Utopia’와 ‘Beyond Utopia’ 사이에서 여러 번 고민했는데, 최종적으로는 ‘Beyond Utopia’로 결정했습니다. ‘유토피아’는 자신들이 유토피아에서 산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태 거짓을 듣고 있었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단어입니다.
[기자] 이제는 한반도 정세와 북한 상황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한국 정부가 출범해 바이든 미국 정부와 함께 한 지 약 1년 반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실까요?
[수미 테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관계는 매우 단단합니다. 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죠. 양자 간 정상회담을 가졌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많은 협력이 이뤄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한국, 미국, 일본이 협력해 삼자관계를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한미일 협력 강화, ‘북중러 밀착’ 대응할 가장 좋은 대안”
[기자] 최근 러시아-북한 간 관계가 한층 더 긴밀해지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수미 테리] 현재 지정학적 환경이 유리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거래에 대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응방안 중 하나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현재 그렇게 하고 있죠. 그리고 이제는 일본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삼자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마도 북중러의 협력 노력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세 나라는 과거를 뒤로 하고 관계를 강화하며 북한을 포함한 여러 의제에서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중대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한 정책 중 다소 미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밝혀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수미 테리]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오랫동안 북한의 비핵화에 주로 초점을 맞춰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권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매우 집중했고 인권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냈습니다. 따라서 인권이 전반적인 대북 정책의 일부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으로 정보를 유입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의 공동 제작자인 수미 테리 전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