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황장엽 전 비서 대전현충원에 영면

서울-노재완 benchnoh@rfa.org
2010.10.14
hwang_suzanne-305.jpg 14일 오전 서울 풍남동 현대아산병원에서 열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영결식에서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대표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서 치러졌습니다. 고인의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박관용 장례위원장: 아직 이북에는 선생님의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떠나려 보내야 하는 저희들은 참으로 비통한 심정입니다.

떠나는 사람은 버릴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했으나 보내는 이들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영결식은 유족과 지인 등 3백 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태극기가 덮인 황 전 비서의 관이 들어오자 장내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남아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영정 사진 속 황 전 비서의 모습은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한국에 망명한 뒤 오로지 북한 민주화와 인민들의 삶을 걱정했던 황장엽 전 비서는 탈북자들에겐 스승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를 지낸 탈북자 조명철 씨가 추도사를 읽어갈 때 영결식에 참석한 탈북자들은 모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명철: 우리에게 정의와 지식과 사랑과 희망을 주신 우리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을 모시는 동안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부디 자유로운 새가 돼어 훨훨 날아가 주십시오.

이날 영결식에는 황 전 비서와 함께 오랫동안 북한 인권을 위해 활동했던 미국의 수잔 숄티 여사도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숄티: 오늘 우리는 위대한 애국자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황장엽 선생님과 저는 북한의 자유와 주민들을 위한 열정을 나누며 가깝게 지냈습니다.

고인의 파란만장했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되는 가운데 민주주의정치철학연구소 서정수 박사는 황 전 비서의 유작시 ‘이별’을 낭송했습니다. 장내는 숙연해지면서 또 다시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서정수: 값없는 시절과 헤어짐은 아까울 것 없건만, 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 달랠 길 없어..

영결식이 끝난 다음, 故 황장엽 전 비서의 유해는 곧바로 운구차에 실려 국립 대전현충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오후 3시에 거행된 안장식에서 고인의 관이 내려지고 흙이 덮어지면서 황 전 비서는 이승과의 인연을 마감했습니다. 향년 87세입니다.

고인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들을 안장하는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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