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성우 parks@rfa.org
이젠 남북경협도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는 타당성 조사에 기반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금까지의 남북 경협은 양적 성장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사업 선정 과정에서 경제적 효용성이 무시된 측면이 있다고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가 지적했습니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평화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조동호 교수는 효용성을 무시한 남북경협의 대표적 사례로 2003년 6월 연결된 후 지난 5월 시험운행을 마친 동해선 철도를 꼽았습니다. 조동호 교수입니다.
조동호: 북쪽이 갑자기 동해선 철도 연결을 하자고 하니까, 우리 쪽에서는 그것에 대한 타당성 검토 없이, 실태 조사 별로 없이, 북한이 하자고 하니까 그냥 한 거지요. 그래서 철도가 연결이 됐고, 개통식은 했습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남북 경협을 위한 물류의 대부분은 현재 서울-개성을 중심으로 흐르기 때문에, 동해선 연결 사업을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해서 추진한 것은 비효율적이었다고 조동호 교수는 지적합니다.
동해선 철도 연결에 소요된 재원을 차라리 남포항 같은 북한 항구 설비 개선에 사용했더라면 남북 경협은 그 만큼 더 활성화됐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아 보인다는 게 조동호 교수의 말입니다. 10월 정상회담 합의사항 중 문제시 되는 대표적인 예로 조 교수는 안변 조선협력단지 조성 계획을 꼽습니다.
조동호: 그 안변이라는 동네를 우리 기업인이 그 이전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실태 조사도 없이 정상간에 합의가 된 거지요.
조동호 교수는 “한국측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안변 지역을 북측이 제시한다고 해서 그대로 합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면서, 이젠 한국이 북한의 제2위의 무역 상대국이고 제1의 지원국인 만큼 앞으로는 철저하게 타당성 조사에 기반한 남북 경협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동호: 우리는 북한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북한 경제는 남쪽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경협 사업을 무조건 많이, 외형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것을 자꾸 해 나가기 보다는, 그것이 정말 우리 경제와 북한 경제, 그리고 앞으로의 통일 경제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를 봐 가면서 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요.
조만간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 경협이 시작된지도 20년이 지난 만큼 이젠 경협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