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한에 탈북자가 8천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들과 관련한 다양한 법률적 문제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 있는 배우자와 법적으로 이혼을 못해 남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의 북한법연구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습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남한 고려대의 신영호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사이 민사사법공조와 관련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탈북자들은 남한에 입국하게 되면 호적이라는 것을 만들고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남한 국민이 됩니다. 이렇게 호적을 만드는 것을 취적이라고 하는데 이 때 북한에서 결혼했다면 그 배우자의 이름까지 같이 호적에 기록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의 북한 내 배우자가 호적상에 기록돼 있기 때문에 배우자 없이 혼자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가 남한 국적의 새로운 배우자와 법적으로 쉽게 결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북한에 살고 있는 배우자가 있기 때문에 탈북자가 남한에서 또 다시 결혼을 하는 일, 즉 중혼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한에 있는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배우자와 이혼을 하겠다는 소송을 내야하는데 아직 관계법이 제대로 제정되지 않아 약 200건의 탈북자들의 이혼소송이 남한 법원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탈북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한 국회의원들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쉽게 말해 남한 내 탈북자가 호적을 만든 지 3년이 경과하고 북한 내 배우자가 한국에 거주하는 지 여부가 불명확해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울 때 북한에 살고 있는 배우자에게 남한에 온 탈북자가 이혼소송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날 주제 발표에 나선 남한 고려대 법대의 신영호 교수는 이 개정안에 대해 우선 설명했습니다.
신영호: 북한이탈주민들 중에서 취적한 자 가운데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자는 취적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고 배우자가 북한을 이탈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여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이혼청구자의 배우자에 대한 송달은 민사소송법에 따라 공시송달에 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송달이란 소송을 제기하는 남한 내 탈북자가 북한 내 배우자에게 이혼 소송 관련 서류를 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 물리적으로 북한에 있는 탈북자의 배우자에게 이혼 소송서류를 보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공시송달’이라는 방법을 쓰는 것인데 이는 소송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이를 법원이 보관하고 그 내용을 법원 게시판에 공지하는 것입니다. 그 후 최대 두 달 정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소송 상대방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가정법원의 신한미 판사는 탈북자의 북한 내 배우자에게 소장이 전해지지 못하는 이 송달 문제가 우선 탈북자 이혼 소송재판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한미: 일단 2006년 2월 말 기준으로 가정법원에 약 200건 가까운 탈북자의 이혼소송 사건이 접수가 돼 있다. 먼저 소송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소장이 상대방에게 송달되어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송달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송달이 안 되기 때문에 재판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례법이 제정돼 그 부분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듯 약 200건의 이혼소송 중에서 지난 2004년 2월 단 1건의 소송만 원고인 남한 내 탈북자의 승소, 즉 이혼판정이 나왔습니다. 당시 판사는 남한에서 살고 있는 여성 탈북자가 3년여 동안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고 남북한 주민들 사이 왕래나 서신교환이 자유롭지 못한데 이러한 상태가 금방 바뀔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의 이유로 북한에 있는 남편과의 이혼을 허락한 것입니다.
신영호 교수는 이렇게 어떤 탈북자가 남한에 와서 호적을 만들 때 북한에서의 혼인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다면 남한에서 새로 가정을 꾸미기 위해서는 이혼소송을 해야 하는 등 매우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만약 탈북자가 북한에서의 혼인 사실을 숨겼다가 이것이 나중에 발각되게 되면 복잡한 절차 없이 자신의 호적에 그 배우자를 추가 입적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신영호: 있는 그대로 신분관계를 자기의 호적에 기재한 사람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하고 혼인사실을 감추고 허위로 신고한 이후에는 현재 여러 가지 장애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재판장 이혼 절차가 아니라 중혼 취소 소송을 통해 손쉽게 호적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직한 사람은 좀 어려운 경우에 빠지게 되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좀 수월하게 살 수 있다는 문제, 또 탈법을 조장하는 문제도 있다.
신 교수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남북한 주민들 간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 관련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영호: 결국은 송달과 같은 남북한 주민들 간의 절차법 문제는 남북간의 민사사법적 합의가 이뤄져야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또 신 교수는 만약 이 문제와 관련된 개정법이 제정된다하더라도 재판에 참여할 수 없는 북한 내 배우자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다는 점 등은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