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남북 정상회담 선언문은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핵에 대해서는 단한줄로 짤막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는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히 북한 핵과 경제협력의 속도 조절 측면에서 미국과 남한의 시각차이가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공동선언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폐기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수준의 공동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여기에 못 미치는 선언이 나온 겁니다.
인권문제에 관해서도 남북한 정상은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기로 합의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영상 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하고 금강산 면회소가 완공되면 이산가족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는 공동선언에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방북 보고회에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기했지만, 양측의 입장차이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납북자 가족 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들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생사확인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최성용) 이 문제가 또 연기됐다는 자체를 우리 (납북자) 가족들이 굉장히 실망할 겁니다. 이 문제가 속히 총리, 장관급 회담에서 매듭이 지어져서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과 인권문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질 가능성을 지적해온 미국 언론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특히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4일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를 다루면서, 같은 면에 이번 정상회담을 비판하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씨의 주장도 함께 실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국제사회와 한국 국민들의 관심사인 북한 핵폐기 문제와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후보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내고 경제개방을 단행하기 전까지는 북측과 어떠한 거래도 맺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에 관한 미국과 남한의 시각차이가 드러났다고 평가합니다.
(Reiss) Washington believes that all of these things can happen after the North has committed itself irreversibly to the denuclearization path and has undertaken significant steps to rid itself of nuclear weapons.
“미국은 남북 경제협력 확대와 종전선언 모두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비핵화를 약속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중대한 조치를 취한 다음에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남한은 북한이 핵야망을 포기하기로 결단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싶어 합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은 남한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 평화협력 특별 지대’를 비롯한 경제협력 사업들은 정치 군사 문제가 먼저 풀려야 가능한 만큼, 남한 기업들도 당장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