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북한이 뉴욕에서 열린 북미 금융실무회의를 계기로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실제 편입에 따른 문제점은 많지만, 북한이 이번 회의에 실무기술진을 파견한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19일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미금융실무회의에 북한측에선 기광호 재무성 대외금융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6명의 실무 기술 관료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북한도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따른 실무적, 기술적인 문제에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입니다. 세계은행 고문을 지냈고 북한 경제문제에 정통한 브래들리 밥슨씨입니다.
Babson: 북한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따른 기술적 측면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국제금융체제에 들어가려면 단순히 핵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 뿐아니라 기술적, 법적 문제를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금융체제에 들어서면 정부가 간여할 수 없는 온갖 형태의 법적, 규제적 사안, 행동규범들이 수두룩하다.
북한은 지난 80년대 이후 합영법을 도입하고 경제특구를 신설하는 등 대외투자 유치를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가장 기초적인 통계자료에서부터 외국인 투자법 등과 같은 제도적 보장장치에 이르기까지 미흡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오슬룬드 박삽니다.
Anders Auslund: 북한에선 서방기업들이 활동할 만한 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기업활동에 제약이 상당하다. 이를테면 대외교역이나 외환거래, 가격책정 등에 따른 규칙같은 게 미비하다.
이처럼 사업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안돼있다 보니 서방 기업들의 진출도 어렵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 뱁슨씨입니다.
Babson: 북한은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도전도 안고 있다. 기업가가 돈을 벌고 싶어도 이윤이나 사업 위험도를 파악할 있는 방법이 없으면 들어가기가 무척 힘들다. 이를테면 북한의 재정여건은 어떠하며 외환보유고는 어떤지, 또 대외 채무를 제대로 값을 수 있는지, 부채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이 파악되지 않으면 서방기업의 진출은 힘들다.
일부에선 북한이 향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면 국제금융체제의 편입이 보장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이 국제금융체제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된 것일 뿐, 내부적으로 투자관련 정책이나 통계의 투명성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제경제의 핵심축인 미국과 교역을 하고 싶어도 북한이 먼저 정상적인 교역국처럼 최혜국 대우를 받지 못하면 고율의 수입관세를 물어야 하기에 교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장애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이번에 금융분야의 최일선 기술 관료들을 북미금융실무회의에 파견한 것은 그 자체로도 평가할 만하다는 지적입니다. 뱁슨씨입니다.
Babson: 뉴욕에서 이런 회의가 열린 자체가 아주 긍정적인 것이다. 회의가 열렸다고 북한에 빠른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더라도. 서로 만나서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따른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한 것은 북측도 실상을 파악하고 배우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북한측 인사들이 중간급의 기술관료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들이 대외 금융거래에 따른 기술적 문제들을 파악해서 북측 지도부에 대해 건의책을 내고 확신시켜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뱁슨씨는 북한 지도부가 향후 이들 실무 기술진의 건의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국제금융체제 편입과 관련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