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타결된 가운데 이란이 앞으로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북한과 같은 방식의 처리를 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비확산 전문가인 게리 밀홀린씨는 자유아시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란이 실제로 향후 핵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버티면서 북한처럼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6자회담에서 초기 핵폐기 대가로 대규모 에너지 지원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담보한 합의문을 끌어내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처럼 핵개발에 열을 올려온 이란의 태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15일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는 이란이 북한의 핵 협상 타결을 본보기로 삼아 향후 핵협상에서 더 많은 요구를 할지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이란의 일부 강경론자들은 북한의 핵 협상 사례를 들어 미국 측에 이란측 요구를 강하게 밀어부칠 기회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같은 이란측 속셈에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이란의 요구를 따라줄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이란과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양자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대화에 응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북한 해법을 원용해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위스콘신 핵 군비통제 계획(Wisconsin Project on Nuclear Arms Control)의 개리 밀홀린(Gary Milhollin) 소장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란이 북한식 해법에서 나름의 시사점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Milhollin: (So if the US shows it's rather weak on non-proliferation and willing to make a deal that encourages everybody to think that if they just hold out then they can get a better deal than they thought.)
"미국이 핵 확산 방지 문제에 대해 다소 물러선 모습을 보여주고 또 핵 협상에 기꺼이 응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이란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버틸 경우 이전보다 더 나은 보상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지도 모릅니다."
밀홀린 소장은 그러나 이란과 북한은 서로 다른 독특한 상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북한 핵 협상 타결로 인해 이란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지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이 이번 북한 핵협상을 통해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약화되었다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기존의 협상 태도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핵 협상 타결 발표가 전 세계로 타전된 이후 곧바로 이란의 모하마드 알리 호세이니 외무장관 대변인은 이란은 절대로 우라늄 농축 계획 중지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호세이니 대변인은 하루 전만 해도 우라늄 농축 계획 중지를 포함한 모든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군축협회의 폴 커(Paul Kerr)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 핵협상 타결이 이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Paul Kerr: (Actually I think that could have a positive influence on P5+1 Group; the six countries dealing with Iran because one reason why is Iran hasn't been willing to negotiate 'You suspend Uranium Enrichment Program' is because not clear that to them the US particularly would reward for them.)
"어떤 측면에선 이번 북한 핵협상 타결이 이란 핵 문제를 다루는 6개국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란이 지금까지 우라늄 농축 계획 중단에 대해 협상하려 들지 않았던 데는 특히 미국 측이 어떤 보상을 할 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보여준 타협적 태도는 이란에 협상의지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은 지난해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