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북한 거주 피폭자 62년간 방치

0:00 / 0:00

도쿄-채명석 seoul@rfa.org

일본의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62년을 맞이해 원자폭탄 피폭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원폭증’ 환자에 대한 인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북한의 피폭자들은 아무런 치료혜택이나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62년간 방치되고 있어서 큰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자폭탄 투하 62년을 맞이한 6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는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8시15분에 맞춰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이 거행됐습니다.

일본 후생성이 집계한 것을 보면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자수는 모두 42만 명이고, 원폭 투하로 인한 사망자는 약 16만 명에 달했습니다. 또 그 3일 뒤인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으로 약 27만 명이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었고, 약 7만 3천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조선인 5만 명과 2만 명에 달하는 나가사키 거주 조선인도 함께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조선인 사망자는 히로시마가 2만 명, 나가사키가 만 명으로 알려지고 있고, 일제의 패망과 함께 2만 3천명의 피폭자가 귀국했지만 대부분은 남한 지역 출신자들입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남한 지역 피폭자들에게는 2005년11월30일부터 일본에 가지 않아도 남한에서 건강관리 수당, 보건 수당, 장례비 등을 신청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방과 함께 북한으로 돌아갔거나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 간 피폭자들입니다. 8년 전 북한의 ‘반핵 평화를 위한 조선피폭자 협회’가 당시의 오부치 총리에게 보낸 서간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피폭자 수는 1,02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조선 원자폭탄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라는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생존해 있는 피폭자는 1,953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후생성은 2001년 북한 국적의 피폭자수는 1,353명이고, 그중 생존해 있는 피폭자는 928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에 생존해 있는 피폭자들도 국적에 관계없이 후생성으로부터 피폭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으면 남한의 피폭자들처럼 일본으로 건너 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일본에 가지 않아도 각종 건강, 보건 수당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과 북한과의 사이에 국교가 없기 때문에 피폭자들이 일본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 북한의 피폭자협회가 “일본이 사죄하고 보상하지 않는 한 피폭자들에게 일본으로 건너 가 치료를 받게 할 수 없다”고 강짜를 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히로시마 피폭자 평균 연령이 74세에 달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의 피폭자들도 해마다 나이를 들어가고 사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피폭자들을 구제하는 문제는 국교를 정상화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시급한 문제라고 일본의 피폭자 단체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상공에 섬광이 번득이고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았던 그 처절한 여름이 되돌아 왔지만, 62년간 방치되어 온 북한의 피폭자를 구제하는 문제는 다시 해를 넘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