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우익세력,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상정에 반발 움직임

도쿄-채명석

옛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오는 26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상정되어 통과될 전망이 짙어지자 일본 우익세력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톰 랜토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1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비난 결의안을 26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결의안이 다수결로 채택될 것이라 말했는데요,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소 외상은 19일 “아베 총리가 4월말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의 뜻을 재삼 밝혔다”고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결의안이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상정되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오자키 관방장관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 측에 계속 설명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움직임은 다른 나라 의회의 일인만큼 정부로서는 코멘트를 삼가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연초 국회에서 “비난 결의안이 (미국 의회를)통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사죄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답변한 것이 미국 의회와 언론의 큰 반발을 초래했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일본정부의 공식 코멘트를 되도록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연초 국회에서 한 답변의 일절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아베 총리: 결의안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사죄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먼저 말해 둔다.

그러나 지난 14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지에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압은 없었다는 ‘THE FACTS’ 즉 ‘사실’이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게재한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부 대일 비난 결의안은 일본 국민 전원에 대한 명예 훼손”이라고 주장하면서 미 하원의 비난 결의안 상정과 통과 움직임을 격렬한 말투로 비난했습니다.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또 오는 26일 위안부 대일 비난 결의안이 미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하면 이를 반박하는 전면 광고를 다시 게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과 동떨어진 일본 비난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지에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극력 부정하는 전면 광고를 게재한 일본 우익세력들의 면면을 좀 소개해주시죠.

지난 14일자 워싱턴 포스트 지 광고에 이름을 게재한 인사는 모두 63명인데요. 직업별로는 국회의원 45명과 교수, 평론가, 언론인 등 14명입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인 납치문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이 광고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본래는 자민당 골수 우익 출신이나 현재는 무소속으로 있는 히라야마 다케오 의원은 현재 초당파 의원 모임인 ‘납치의원연맹’의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더 깜짝 놀랄 일은 ‘납치 피해자 구출모임 전국 협의회’의 니시오카 스토무 부회장도 함께 이름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9년 전 ‘어둠에 도전한다’라는 책을 펴내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앞장서 부인했던 인물입니다.

니시오카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운영하는 ‘자유 북한 방송’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면서 현재 일본의 납치 문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인데요, 일본의 양심세력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 침해 사실을 앞장서 부인하고 있는 인물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의 인권을 소리높이 외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 즉 말이 안 되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납치문제 담당 특별 보좌관인 나카야마 교코 씨의 남편 나카야마 나리아키 자민당 의원은 고이즈미 내각 때 문부대신을 지내면서 “교과서에 종군 위안부나 강제 동원이란 단어가 줄어들어 좋았다”는 발언으로 큰 물의를 빚은 인물입니다.

이처럼 13명에 불과한 일본인 납치 피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인사들이 수천 아니 수만 건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극력 부인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본의 일부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떠나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