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seoul@rfa.org
일본 언론들은 4일 발표된 ‘남북 관계 평화번영 선언’을 자세하게 보도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내지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합의 사항을 크게 부각시켰습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당사국 회담에서 자국이 배제되는 것을 우려해 온 일본의 정서를 반영한 것입니다.
아사히, 요미우리, 닛케이 신문 등 주요 일간지와 교도 통신은 ‘조선 전쟁 종결을 지향하는 남북 수뇌 공동 선언’이란 제목으로 4일 발표된 남북관계 평화번영 선언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8개 합의 사항 중 정전 체재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3자 내지 4자 정상 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합의 사항을 크게 부각시켰습니다.
NHK는 남북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했지만, 비핵화나 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논평했습니다.
NHK는 이어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가기 위해 남과 북은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논평하면서, 그 관건은 한반도 비핵화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3자 내지 4자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운명이 좌우되는 당사국 회담에 일본이 배제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아베 전 총리는 지난 6월 하순 한 라디오 방송국에 출연한 자리에서 “일본을 배제한 6자 회담은 있을 수 없다”며 한반도 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에서 일본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한 바 있습니다.
일 외무성도 일본이 한국 전쟁의 정전 협정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평화체제 협정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반도 현상 변화는 일본열도의 안전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일정한 발언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과거 일본이 한반도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청일전쟁과 러일 전쟁을 일으켜 한반도를 강점한 역사가 말해 주듯이, 일본은 지금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또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경제 특구 건설, 개성공업단지 2단계 개발 착수 등 대규모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 졌다고 보도하면서, 남북간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일본의 대북 제재조치는 유명무실해 질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자민당은 4일 외교관계 합동 부회를 열고 대북 제재 조치를 6개월 연장하는 정부 방침을 승인했으며, 일본정부는 9일 각의를 열어 제재 조치 연장을 정식 결정할 방침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또 공동선언에 한국인 피랍자 송환 문제와 함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언급 여부와 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