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도자> 인권, 평화 추구한 카터 대통령

애틀란타-장명화 jangm@rfa.org

‘세계의 지도자’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지난 2주 동안 미국의 전 대통령, 남북한을 방문했던 유일한 미국의 전직 대통령 카터의 지도력과 국민을 위한 봉사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세계의 지도자’ 카터의 취재를 담당했던 장명화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카터 전 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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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From Plains' 영화 웹사이트 화면 캡쳐 - sonyclassics.com

사실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못 받았고, 때문에 재선도전에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그가 오래도록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헌신과 인권, 그리고 평화를 향한 카터의 끊임없는 열정 때문입니다. 카터는 외유내강형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의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투철한 군인정신을 가졌지만, 겉으로 봐서는 이 사람이 진짜 군인출신인가 할 정돕니다. 하지만, 이렇게 온화하고 겸손한 외형의 이면에는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단호한 결단력이 숨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시절에는 한국의 인권이 개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경고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의 냉랭한 관계가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나서도, 부드럽게 고개를 숙이며 인권과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카터 전 대통령. 이런 그의 발자취를 기록한 영화가 이번 달부터 미국 의 주요도시에서 상영됩니다.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 등의 굵직한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인데요, 감독 말이 이렇습니다. “카터는 평화가 이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로 하여금 잃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구요.

카터 전 대통령이 자신의 국민들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기 위해서 카터센터를 세웠잖아요? 장명화 기자가 그곳도 방문했죠? 주위 사람들은 뭐라고 해요?

카터는 자신의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비영리기구인 카터센터를 설립했는데요, 제가 방문한 날에는 세계 각처에서 온 방문객들로 꽤나 붐비더군요.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거든요.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카터센터에서 대통령 시절부터 추구해오던 국제분쟁의 해결, 민주주의 신장, 인권 보호 등을 위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퇴임 직후부터 그를 줄곧 보좌하고 있는 스티븐 호크만 박사를 만나봤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의 최고를 대표하는 지도자라구요.

Dr. Hochman: (I think that President Carter has a reputation as a leader of moral force and persuasion...)

"카터 전 대통령은 도덕적 힘을 지닌 지도자로 유명합니다. 대통령을 지낼 적에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분쟁을 조정한 평화협정을 체결해서 중동평화의 기초를 닦았죠.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는 편안한 퇴임 대통령의 노후생활을 거부하고 부정선거의 의심이 되는 나라에 가서 공정선거가 되도록 참관하고, 또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직접 벽돌을 쌓고 창문을 달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미국과 세계를 위해 일하고 있어요."

클린턴 행정부에서 고위관료로 일하다, 지금은 카터 박물관장으로 있는 해이크스씨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Dr. Jay Hakes: (Well, he actually wore the sweater, he was having a fireside chat with the American people two weeks after he was inaugurated...)

"취임한지 얼마안되 기름 값이 오르자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아껴쓰라고 요구하면서, 자신은 실내온도를 극도로 낮추고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다녔죠. 어렸을 적에 상하수도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땅콩농장에서 자라서, 에너지를 아껴쓰는데 솔선수범하고 다녔죠. 백악관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한겨울에는 섭씨 18도 이상 틀어놓지 않아요. 대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는 아끼지 않죠.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방문한 유일한 전직 미국 대통령인데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상당히 노력했던 인물이죠?

네. 그렇습니다. 지금 사실 북한의 핵문제가 시끄럽고 풀기 어려운 문제로 여전하지 않습니까?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방문당시 김일성 전 주석과 합의한 사항이 실행에 옮겨졌더라면, 한반도 비핵화는 지금쯤 해결\x{b42c}을것이라는 것을 간간이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선뜻 가겠다고 말하는 등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출간된 신간 <백악관을 넘어>에서 한반도에 또 다른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자, 남북한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혼자서 부인과 비서만을 대동한 채 고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돼,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장명화 기자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무엇보다 자기를 낮추면서 국민을 위하는 카터의 겸손한 지도력이 그를 존경받는 지도자로 만드는 것 같은데요, 그의 고향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겠네요?

네. 곳곳에서 그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일례로, 제가 애틀랜타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카터 센터로 가자고 했는데요. 이분이 제가 카터센터에 취재 간다고 했더니 큰 흥미를 보이면서, 카터 대통령에 대해 장황하게 자랑을 늘어놓더군요. 굳이 카터센터에 제가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마침 제가 간 날 카터 전 대통령의 신간 책 서명행사가 열렸거든요. 전직 대통령이 나오는 행사라 화려하겠거니 기대를 했는데요, 그냥 카터 센터 옆에 자리 잡은 박물관 지하 식당에 책상 하나, 의자 하나만 소박하게 놓여있더라구요. 얼마 있다 옆집 아저씨 같은 분이 들어온다 싶었는데, 바로 카터 전 대통령이었어요. 이날 친필서명을 받기 위해 세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애틀랜타 시민 록산 레드와인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록산 레드와인: (Oh, I think he's wonderful. He's been a legend...)

"카터대통령은 정말 멋진 분이예요. 가히 전설적이죠. 전 아주 어릴 적부터 집에서 늘 그 분의 이름을 들으며 자랐어요. 오늘 여기 와서 뵙게 된 것이 큰 영광이에요. (기자: 카터 대통령의 어떤 점이 좋으신데요?) (레드와인) 국민을 위하잖아요. 국민을 위한다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