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부 개성공단 방문 '통행차단 수순(?)'

서울-노재완 xallsl@rfa.org
2010.04.20
MC: 천안함 침몰 사건에 북한 개입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방문 목적이 명목 상 실태조사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통행차단을 위한 수순 밟기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개성공단 내 입주 기업들은 금강산에 이어 천안함 사태까지 잇따라 발생해 그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지나 않을까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남북관계에 따라 개성공단의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입주 기업들의 이런 노심초사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입주 기업들의 이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거래처에서 물품 구매를 유보하는 상담이 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북한 군부의 핵심 인사들이 19일 개성공단을 예고 없이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실태조사 과정에서 개성공단과 무관한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일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보낸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에서 보내는 전단과 씨디알 녹화물(DVD)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육로통행에 대한 군사적 보장을 재검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 군부의 이번 개성공단 실태조사가 육로통행 제한 등의 조치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 나인모드의 옥성석 대표입니다.

옥성석: 작년에는 키리졸브 때문에 피해를 봤었고, 올해는 자칫하면 대북 삐라 때문에 피해를 볼 것 같은데, 저희들은 중간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탁구공이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지구 내 남측 소유의 부동산을 동결했지만, 남측 정부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개성공단을 위협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북경협시민연대 김규철 대표의 말입니다.

김규철: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남북 교류협력에 진전이 없으니까 남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개성공단을 흔들려는 움직임으로 생각됩니다.


또 일부에선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한국 내에서 북한 소행이라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자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반전을 꾀하려는 북한의 전략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입니다.

박상학: 한국 국민이 분노해서 개성공단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북한 당국이 앞서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먼저 교류를 중단하려는 책동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은 이번 실태조사를 위해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등 8명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 국장은 2008년 10월까지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로 공식석상에 나왔으며, 최근 인민군 소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정부 관계자는 20일 “박 국장이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위원장과 면담한 뒤 입주 시설을 둘러봤다”며 “하루 이틀 방문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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