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의 공식초청으로 지난 13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강철환씨는 40여 분간의 대화에서 북한의 핵문제보다는 인권문제가 우선시 되야함을 강조했다고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이뤄진 부시대통령과 강 씨와의 면담 내용을 장명화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대통령이 북한의 강제수용소 실태를 폭로한 강철환씨의 수기인 ‘평양의 수족관 (The Aquariums of Pyongyang)’을 읽고 있다는 것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5월초입니다. 백악관 소식을 잘 알고 있다는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5월 9일 부시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 가진 회의석상에서 강 씨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남한 언론에 밝혔었습니다.

강 씨 본인은 이보다 앞선 지난 4월쯤 알고 지내던 미국의 한인목사가 전화를 걸어 부시대통령이 자신의 책을 읽고 있다는 귀띔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목사는 부시대통령이 언젠가는 저자인 강 씨를 만나자고 할지도 모르겠다며 축하인사를 건냈을 때 강 씨는 당시만 해도 ‘설마 그럴까’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5월 중순경에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공식 초청의사가 날아오면서 강씨의 ‘설마’는 사실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2일 미국에 도착한 강 씨는 다음날인 13일 백악관의 집무실 (Oval Office)에서 북한인권문제 등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40여 분간 대화를 나누게 된 것입니다.
탈북자 문제가 우선이고, 두 번째가 강제수용소 철거, 그리고 세번째가 북핵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강철환: (부시) 대통령께서 만약 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습니다. 미국대통령이 어떻게 북한을 도울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물으신 것 같아요.
저는 여러 탈북자들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고 또 오기 전에 황장엽선생도 만나 뵙고 의견교환을 했는데요, 제 생각도 그렇구요.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 북한핵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지만, 북한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핵문제는 세 번째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탈북자 문제이구요, 두 번째는 지금 당장 수용소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시급하다. 그리고 세 번째가 핵문제라고 생각했구요. 또 탈북자 문제,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한의 핵문제도 풀기 힘들겠다고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부시대통령은 강 씨와 대화를 하는 도중 배석한 딕 체니 부통령,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스티브 해들리 (Steven Hadley)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게 일일이 확인하듯이 강 씨의 책을 읽어봤냐고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강철환: 어떤 분은 반쯤 읽었다는 분도 있었구요, 또 어떤 분은 다 읽었다는 분도 있었구요.
강 씨의 수기 ‘평양의 수족관’은 강 씨가 유년시절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서 보낸 10년간의 체험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잡혀온 8000여명의 수용자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노동과 폭행, 굶주림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리고 공개 처형 등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수용소 내의 인권유린 실태와 참상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10일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과 50분간 정상회담을 가진 후 사흘 뒤인 13일 북한 인권운동가인 강 씨와 개인적인 면담을 가진 것이, 북한의 핵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대화국면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에 대해, 강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강 씨는 부시행정부가 향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핵문제만큼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자세를 가졌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그들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정으로 핵을 폐기하겠다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 자체는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또 김정일 정권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는 것이 굉장히 쉽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저를 포함한 탈북자들 대부분 생각이 아마 핵포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핵무기는 잠재적인 위협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인간의 생명들이 위태롭고 많은 분들이 희생을 당하고 잇기 때문에, 핵문제보다 인권문제가 우선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했죠. 그게 (미국의) 대북정책에 무슨 큰 변화가 있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구요. 어차피 인권문제라는 것은 국가를 초월해서 다뤄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마 핵문제 못지않게 북한의 인권문제를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다루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한편 부시대통령이 책의 저자를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구소련 수용소에서 9년간 수감됐었던 유태인 나탄 사란스키를 작년 대통령 선거 직후 백악관에 초청해 그와 면담했었습니다. 사란스키는 자신의 수감생활을 기록한 “민주주의의 사례: 폭정과 테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 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부시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이라는 대외 정책의 틀을 구상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명화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