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최영윤 choiy@rfa.org
지난 98년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과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이끌어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미망인 변중석 여사가 17일 오전 별세했습니다.
생전의 변중석 여사 육성: 우리 친정은 저 청진으로 다 들어갔어요. 16살에 헤어지고는 여태 못갔어요. 친정 식구라고는 하나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16살 때 헤어지고, 제정때 친정에 한번 간다니까 회장님이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옷도 잘 입혀주고 하면 그때 가라고 밤낮 얼리더라 얼리다보니 여태 못갔다.
17일 오전, 지병으로 86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미망인 변중석 여사의 생전 목소리입니다. 20여명의 대가족을 거느린 맏며느리로 살면서 결혼한 뒤 한번도 친정에 가지 못했다며 친정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남한의 한 방송사에서는 고 정주영 회장의 가정생활 모습과 고인의 인터뷰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지난 1921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고 변중석 여사는 1936년 16살의 나이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했습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98년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뒤 북한과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이끌어낸 인물입니다. 변중석 여사는 정주영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6년 만에 고인 곁에 잠들게 됐습니다.
변중석 여사 생전 동영상: 남편이 대기업 총수의 아내였지만 화장 한번 안했고 남들처럼 호사 한번 부려보지 않은 아내다. 변중석 여사는 가끔씩 이 가정의 파출부로 오인될 만큼 검소하게 살아왔다.
고인은 언제나 통바지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할 정도로 검소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 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없어 존경한다”고 아내 변중석 여사를 평했습니다.
변중석 여사는 이처럼 정 명예회장을 조용히 내조한 ‘현모양처’형 재벌가 안주인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고 변중석 여사는 정 명예회장과 결혼해 장남 몽필씨와 차남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등 슬하에 8남1녀를 뒀습니다.
장남인 몽필씨와 넷째아들인 몽우 씨, 다섯째 아들 몽헌 씨가 고인에 앞서 세상을 떠나 변중석 여사의 유족으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몽준 국회의원 ,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를 비롯해 경희 씨 등 5남1녀가 있습니다.
고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정계와 재계,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거나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고 변중석 여사의 장례는 평소 고인의 모습이 그랬던 것처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고인은 오는 21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에 있는 선영에 묻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