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성공단 합의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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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7일 시작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측은 개성공단 문제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회원국들끼리 더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과 유럽연합의 1차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7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 시작됐습니다. 첫 협상인 만큼 우선 협상 일정과 상품개방 계획안 교환 시기 등 협상의 기본 방향이 논의됐습니다. 상품과 서비스, 투자, 통관 등 일부 분야에 관한 협상도 이번에 이뤄집니다. 남한은 지난달 타결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이어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도 개성공단 문제를 주요의제로 다루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한수 남한측 수석대표의 말입니다.

김한수: 우리가 개성공단을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유럽연합이 각별하게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남한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산으로 인정되면 유럽시장에서 남한제품과 똑같이 관세혜택을 받으며 팔릴 수 있습니다. 현재 주로 남한시장에 팔리고 있는 개성공단 제품이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유럽 27개 나라들의 연합체인 유럽연합은 역내 총생산 규모가 13조 5천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최대의 시장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과 유럽연합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미국과 남한의 자유무역협정보다 더 진전된 내용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지난달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한미 양측은 앞으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설치해서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할지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대표는 그러나 협상이 타결된 후 개성공단 제품의 남한산 인정이 쉽게 풀릴 수 없음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Cutler: (The word Kaesong does not appear in our agreement.)

“개성공단이라는 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역외가공지역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노동과 환경기준 등이 충족돼야 하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역외가공지역 위원회에서 정할 겁니다. 기준이 완성되고 나면 특정 역외가공지역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위원회가 심사해야 합니다.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역외가공지역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남한의 의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마크 매닌 박사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개성공단에 관한 한 미국보다는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남한에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Manyin: (They will probably, I would assume, push for something like EFTA standard of explicitly mentioning Kaesong and Kaesong made product.)

"남한은 스위스, 노르웨이 등 네 나라가 회원국으로 있는 EFTA, 즉 유럽자유무역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는데요, 이 협정에 개성공단과 개성공단 제품 문제가 분명히 언급돼 있는 만큼,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도 여기에 준하는 기준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합의한 역외가공지역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남한의 경제전문가도 유럽연합에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 일부 있는 만큼, 개성공단 제품의 남한산 인정에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소한 미국보다는 더 구체적인 조건을 부속조항에 담아 개성공단 문제를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걸려 있는 한 유럽연합도 쉽사리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이 전문가는 내다봤습니다. 유럽연합의 베르세로 수석대표도 남한과의 협상에서 개성공단은 복잡한 문제이며,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회원국들과 더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은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올해 안에 끝낸다는 목표 아래 모두 여섯 차례 정도의 협상을 벌일 계획입니다. 2차와 3차 협상은 오는 7월과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