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일관성 없고 변칙적인 통치 모습 보여줘

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이번 정상회담은 일관성 없고 변칙적인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갑작스레 회담 일정을 연기하자고 제안해 남측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이런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은 북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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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회담을 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 AFP PHOTO / POOL

김정일 국방위원장 : 오늘(3일) 일정을 내일로 미루시고 내일 오찬을 시간 분배를 해서 편하게 앉아서 드십시오. 하루 이틀 늦추는 것으로 제의합니다. 다른 계획 없으면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오늘 오후 일정은 전부 다 내일로 미루고...

3일 노무현 대통령과 두 번 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불쑥 평양에 하루 더 머무를 것을 제안합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합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그것 하나 결정 못하냐며 다시 한 번 권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 대통령께서 그 결심 못하십니까? 대통령께서 결심하면 되잖습니까?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서울의 청와대는 분주해졌습니다. 내부 회의를 열어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일정 연장 제안은 나온 지 100분 만에 없던 일이 됐습니다. 회담 말미에 김 위원장이 제안을 거둬들였기 때문입니다. 회담을 마무리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회담을 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언행과 행동은 김 위원장의 전형적인 통치 모습으로 놀랄 것이 없다는 탈북자들의 반응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성주(가명) 씨의 말입니다.

김성주: 파격적인 행동이나 파격적인 제안을 해서, 주변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깜짝 쇼를 많이 합니다. 2000년도 정상회담 때도 보면 하루 회담 일정을 연기했다거나, 공항에 나가서 세인을 놀라게 한다던가. 이번의 경우,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에 관심 있게 접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쳐 보이려고 그런 제안을 한 것 같습니다.

김성주 씨는 미국과의 핵 협상 등에 임하는 북한 대표의 모습에서도 즉흥적이고 속을 알 수 없는 김 위원장의 통치 방법을 그대로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성주: 지도자의 사업 작품을 참모들이 따라 배우도록 돼 있습니다. 만약, 자본주의 사회처럼 딱딱하고 신의 있게 회담을 진행한다면, 적들한테 말려들었다는 말을 듣고, 좌천을 받거나 쫓겨나기 일수 입니다. 실무진들은 김 위원장의 사업 방식을 많이 따라 배웁니다.

탈북자 이명희(가명) 씨는 북한을 나와 자유세계에 살면서 보는 김정일의 모습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명희: “(김정일) 성격이 통쾌하고 통이 크고 뭐든 무서워하지 않고 맘대로 탁탁 내 뱉어 버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북쪽에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크게 느껴졌습니다. 밖에 나와서 그런 모습을 보니 뭔가 짜임새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그동안 불거진 각종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일 오전 첫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나와 줘 감사 하다는 말을 건네 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제가 뭐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뭐 뒹굴면서 있을 필요는 없지요”라는 말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평양 순안 공항에서 노 대통령을 맞을 때는 굳은 얼굴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