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0월 발효한 북한인권법의 관련 조항에 따라 부시 대통령에 의해 이듬해 8월 북한인권 특사에 임명된 레프코위츠 씨는 오바마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 나흘 전인 지난 17일 이번
를 의회에 제출했다. 레프코위츠 씨는 지난 20일 특사직에서 물러났다. 변창섭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서론

북한 정권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 유린국 가운데 하나이다. 부시 대통령과 역대 미국 의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나는 북한인권 특사로 취임한 2005년 8월19일 이래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권장하고자 했다.
많은 비정부 기관들은 물론 미국과 다른 나라 정부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향상하기 위해 실무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앞으로 진전을 거두려면 더욱더 많은 추가 조치가 가능하고, 또 취해져야 한다.
*배경
북한은 극도로 억압적인 경찰국가로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 사회에 공포는 만연해 있고, 수십만에 달하는 북한 주민이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에 부당하게 갇혀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의 동의 없이 통치한다.
북한 정권의 독재자 김정일을 둘러싼 개인 우상숭배는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까지 비교할 대상이 없다. 언론과 집회, 예배와 이민의 자유는 일관되고도 광범위하게 박탈되고 있다. 자유주의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처형으로부터의 보호가 북한에선 무시되고 있다.
북한 정권의 비행은 자국 국경 내 주민뿐 아니라 동아시아 다른 나라들에도 인도주의적인 재앙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기아 때문에 지난 1990년대 중반 북한을 탈출하기 시작한 대규모 피난민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그 중 많은 사람이 중국에서 위험하고도 나라 없는 존재로서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30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중국 내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도할 수 없는 시민의 권리에 관한 북한 정권의 성향이 지난 3년간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없다. 북한 정권은 인권 유린이 북한에 존재한다는 점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에 인권 진전이나 공개적인 반체제 운동이 없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좀 더 유리한 상황이 나올 수 있는 변화의 조짐도 약간은 있다.
그 조짐 가운데는 암시장, 밀거래, 고르지 못한 북한 당국의 법 집행이 포함된다.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극도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탈북 난민의 말에 따르면 일부 선별적인 북한 주민들 사이에 자신들이 현재 겪는 역경이 세계 최악이라는 지각이 제한적이나마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 난민
북한인권 특사실의 우선과제 중 하나는 북한 난민이 미국에 항구적이고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비록 이 업무는 정부 내 유관 부처 간 이해 사이에 균형을 맞추고 아시아 정부와 상당한 협력을 요구했지만, 미국에 정착하길 희망하는 북한 난민을 평가할 수 있는 부처 간 심사 절차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목표를 이루었다.
북한 난민의 미국 도착을 도울 수 있는 돌파구가 처음으로 마련됐음에도 2008년 말까지 고작 67명의 난민이 미국에 재정착했다. 북한 난민은 지난 2006 회계연도에 9명이 미국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2008 회계연도에 33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 정부가 매년 받아들일 수 있는 북한 난민의 숫자를 2천5백 명으로 늘린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에 정착하는 북한 난민의 숫자를 늘리는 데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다. 미국 정착을 원하는 개별 북한 난민을 심사하는 주된 업무는 국토안보부가 맡는다. 그러나 심사 과정이 길고 번거롭다 보니 미국에 들어오려는 많은 북한 난민이 입국 신청에 따른 시간과 불확실한 결과를 고려해 대신 한국행을 택한다.
게다가 동아시아 전역의 미국 외교 공관들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 난민을 받아들이고 조언하며, 필요하면 보호처를 제공해야 하는 일과 관련한 분명한 지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이후 북한 난민이 거치는 곳에서 이들을 돕는 기관들과 인사들은 미국 공관의 지원을 기대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이들은 미국 공관에 가면 되돌려보내 지거나 혹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로 넘겨질 것으로 믿고 별로 공관을 찾지 않는다. 특히 탈북 난민 대부분이 숨어 사는 중국에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무시되고 있다.
*북한인권 신장의 장애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권위기에 견줘볼 때 북한 주민의 역경에 대한 관심은 미온적일 뿐이다. 그 원인은 대체로 북한의 현 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의 부족, 특히 가장 인권유린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약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내 정치범 대부분 이름과 사연은 외부 세계에 알려지지 않다. 수단과 르완다의 경우 자유세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에 관해 상당한 정보를 접수할 수 있는데 반해, 북한의 경우 특히 인권 참상을 보여주는 영상물이 부족하다 보니 인권위기에 관해 관심이 덜 갔다.
또 내부 반체제 움직임에 대한 억압과 북한 안팎으로 아주 드문 여행, 자유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만한 탈북자가 비교적 소수라는 점, 또 정치범에 대한 완전한 격리 등 다양한 요인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 진전을 가로막는 주된 장애물은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인권 우려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북한 정권 그 자체다.
중국 정부도 북한의 인권 신장에 여러 도전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로 하여금 북한 난민에 대해 접근해 보호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은 난민지위에 관한 지난 1967년의 의정서와 지난 1951년의 국제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탈북 난민을 ‘경제 이주민’이란 당치 않은 딱지를 붙이고 있다. 중국 정부에 의해 적발된 북한 난민은 북한에 강제 송환되며 그곳에서 처형을 포함한 심각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내 모든 북한 주민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중국도 비준한 지난 1967년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따라 일단 난민 지위를 가질 자격이 있다.
한국의 전임 정부들도 북한의 인권 옹호를 위해 제한적인 지원만 했다. 전임 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이란 일방적인 대북 포용 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고 인권 문제에 관해 북한을 압박하는 데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보였다. 지난 2005년 내가 북한인권특사에 취임하고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통일부 고위 관리들은 나를 만나길 거부했다. 한국 정부는 독립적인 라디오 방송 기자들이 남한에서 북한으로 중파 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 북한을 압박하길 주저하지 않는 정부가 한국에 들어섰다. 그 덕에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8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공약을 재확인하며,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실질적인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다. 그 조치 중에는 독자적인 단체에 의한 대북 방송을 허용하고 지원하는 일, 그리고 북한인권 정책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포함될 수 있다.
북한 정권에 의해 납치된 일본 시민의 행방과 이들의 납치 전모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북한 핵위협과 더불어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일본 정부에 지대한 우려 사안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08년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국민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일본인 납치를 국가 테러행위로 간주하고 있지만, 북한 측의 충분한 시정 조치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일본은 북한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을 위해 미국과 가장 손잡고 싶어하는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나라이다.
*정책 평가 및 건의
억압적인 정권들은 국내에서 자신들의 권위적인 통치를 정당화하려고 국외에 적들을 만들며, 자신들이 빚은 비참함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우린 자주 본다. 북한 정권도 분명히 그렇다.
북한 정권의 발표를 보면 곧잘 미국, 일본, 한국 내 세력들이 북한을 침공해 제국주의적 통치를 획책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의 위협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주의를 달고 산다. 그런 조건 아래에서 극도의 보안 조치마저 북한 내부에선 당당히 정당화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다. 북한 정권은 경제적 피폐에도 유달리 거대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유화를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경제의 자유화도 피하고 있다.
자유화가 되면 주민들이 정부에 점점 덜 의존하게 돼 정권의 패망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놔둔다면 북한은 자국민을 먹여 살리려고 대외 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분배 감시기준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지원된 원조를 착취하고 있다.
<인권 시급사항>
북한인권 특사로 재임하는 동안 나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내정 간섭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남북한 간에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인권은 정당한 우려의 영역이지만 이걸 제기하고 주장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처럼 좀 더 즉각적인 안보 우려에 대한 진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첫 번째 우려, 즉 우리가 북한 인권을 제기하면 부당하게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국제사회는 유엔을 창립하고 유엔 인권선언을 채택하면서 어느 나라건 자국 국경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대해 비난받을 수 없다고 하는 개념을 버렸다. 우리가 인권 유린국을 찾아내고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우리의 침묵은 결국 더 많은 악행을 부추기지 않을까?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남북한 간에 풀어야 한다는 두 번째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오늘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미국과 아시아의 우리 동반자들에게 분명히 영향을 준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동맹이자 제7대 교역 상대국이다. 더욱이 우린 한반도 전역에 관한 안보 문제를 풀려고 함께 노력했고,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한 상태다.
끝으로 북한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더욱 즉각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어떤 사람은 북한 인권을 논할 때 관련 당사국이 핵 합의를 이끄는 일을 저해하기 때문에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6월 탈북자 강철환 씨를 만난 지 나흘 뒤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과 강철환 씨의 만남은 핵협상을 가로막기는커녕 오히려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계속 부각시키겠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시켜줬다.
<헬싱키 모델>
인권과 안보 간의 연관성은 냉전 후반기 초강대국의 교섭에서 핵심적인 강령이었다. 이 같은 연관성은 의회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부분적인 근거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인권법의 조항은 ‘헬싱키 과정에 근거해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존중하기 위한 공통의 공약을 위해 이 지역 나라들을 끌어들여 북한과 지역적 차원의 인권 대화를 갖는 가능성을 미국 정부가 찾아야 한다’고 하는 의회의 관심을 표현했다. 사실 헬싱키 접근법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비춰 검토하고 적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헬싱키 모델과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한국, 일본, 그리고 우리의 동반자들은 현재의 접근법을 북한 정권을 개방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개입’으로 확대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미국과 북한 간 관계정상화의 조건으로 북한과 솔직하고 지속적인 인권 대화가 필요하다. 인권 대화가 진행되다 보면 헬싱키 최종 시행령을 통해 탄생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비슷해질 수도 있다. 바로 이 같은 장치를 통해 동서 양진영은 지난 1970년대부터 정치-군사, 경제 및 인권 등 세 가지 문제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다.
한가지 진전 방안은 세 가지 문제를 연계해서 인권이 모든 의제에 항구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 정권에 전달하는 것이다.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설립된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이런 논의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실무 회의를 유용하게 활용하자면 연계가 필요하다. 헬싱키에서도 전반적인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 안보와 경제 및 인권 등 세 분야의 진정한 진전이 필요했다.
개발 목적의 지원이든 세계은행 차관이든, 대외 교역의 기회든 식량 지원이든 북한에 대해 상당한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 같은 지원은 반드시 협상 의제에 모든 문제에 관해 가시적이고 검증 가능한 진전이 있을 때 제공돼야 한다. 북한 인권에 대한 진전은 관료 간의 모임과 준비된 성명의 낭독이 아니라 북한을 국제 사회의 기준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하는 가시적인 조치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
*결론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도덕적인 시급성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좀 더 광범위한 목적, 즉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제공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긴요한 수단이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한 국가로서 우리의 도덕적 가치와 일치하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안보상 실무적으로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