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테 홍, ‘노무현 대통령이 소망 전해 주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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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박성우 parks@rfa.org

독일인 이산가족 레나테 홍 (Renate Hong)씨가 23일 청와대를 찾아,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북에 있는 남편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겁니다.

북한인 남편과 다시 만나고 싶다며 서울을 찾은 독일인 이산가족 레나테 홍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서툰 한국말로 인사부터 건냅니다.

August 23, 2007: 북한인 남편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독일인 이산가족 레나테 홍 (Renate Hong)씨의 기자회견과 다큐영상 - RFA VIDEO/박성우

레나테 홍: 안녕하세요...

북한 정부의 강제 소환으로 독일에서 남편과 헤어진지 46년이 지났지만, 자신은 아직도 남편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벌써 70세 노인이 됐지만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레나테 홍: 이번 방문으로 저는 남편을, 그리고 저의 두 아들은 아버지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서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홍씨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게 보낼 탄원서도 준비했습니다. 남편이 독일로 올 수 없다면 자신이라도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레나테 홍: 저는 아직 건강이 괜찮아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탭니다. 남편이 독일로 오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저는 그를 만나기 위해 북한으로 가는 길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레나테 홍씨는 동독으로 유학 온 남편 홍옥근씨와 1960년 결혼했습니다. 두 아들까지 낳았지만 북한 정부의 소환 명령으로 1961년 생이별을 하게 됩니다. 갑작스런 소환에 대해 북측은 아무런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홍씨는 덧붙입니다.

레나테 홍: 우리는 헤어질 당시 작별이 지금까지 이어질지 몰랐습니다. 저는 재혼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 두 아들, 현철 페터와 우베를 키우며 독일 예나에서 혼자 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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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이산가족 레나테 홍 (Renate Hong)씨가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RFA PHOTO/박성우

레나테 홍씨는 22일 서울에 있는 대한 적십자사를 찾았을 때 우연히 거기서 남측 이산가족을 만났다고 말합니다. 그들도 북에 있는 가족을 보고 싶기는 마찬가지 심정일 거라며 위로의 말도 건냅니다.

레나테 홍: 그 분들을 만나서 두 손을 맞잡았을 때 저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같은 운명을 가진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남한에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해 둔 사람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생존이 확인된 국군포로만 560명, 그리고 북으로 납치된 사람도 480명 가량이 여전히 북한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남한 가족들과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낀다는 홍씨는 자신도 남편을 다시 만날 일념으로 동독 외무성과 북한 대사관을 여러 차례 찾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 대사관은 그럴 수는 없다는 내용의 편지 한통으로 응답했습니다.

레나테 홍: 남편을 동독으로 다시 불러 오기 위해서 북한 대사관에 청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대사관은 편지를 보내서... 지금 남편은 과학자로 무척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에... 조국 건설에 필요한 인물이라서 보낼 수 없다는 편지를 받았다.

레나테 홍씨는 생사 조차 알 수 없던 남편의 소식을 지난 2월, 독일 적십자사 등을 통해 전해 듣습니다. 북한에서 과학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은퇴해서 함흥에서 새로 결혼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레나테 홍: 물론 남편이 다시 결혼해서 가족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자로서 마음이 쓰렸다는 점은 부인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만나고 싶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재혼을 했지만, 옛 추억은 함께 나눌 수 있지 않냐는 겁니다.

레나테 홍: 남편을 만나면 지나간 이야기... 함께 했던 옛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할 거예요. 남편이 재혼을 했기 때문에 미래의 이야기를 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죠.

레나테 홍씨는 지난 46년 세월을 남편을 그리며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은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합니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독일에는 자신처럼 북한인과 결혼했다 생이별한 가정이 15-20 가정 정도가 있다는 겁니다.

레나테 홍: 언론에서 제 이야기를 많이 다뤘습니다. 그 이후 같은 운명을 가진 많은 분들이 저에게 연락을 취해 왔습니다. 북한에 남편을 둔 분도 있고, 북에 아버지를 둔 딸과 자녀들도 있었습니다.

레나테 홍씨는 회견 말미에 가서 보여 줄 게 있다며 흰 봉투에 담긴 빛바랜 꽃잎 하나를 꺼냅니다. 1961년 4월16일 남편과 헤어진 다음 63년 2월까지 레나테 홍씨는 남편과 50여통의 편지를 나눴습니다.

남편은 형편이 어려워 선물은 보내지 못하지만 사랑의 상징으로 연꽃의 꽃잎 하나를 보냈다는 겁니다. 이 꽃잎을 50년 가량 소중하게 간직해 온 레나테 홍씨는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거라고 말합니다.

레나테 홍씨는 나중에 북한에서 살려면 한국말을 알아야 된다며 남편이 손수 만들어 준 한국말 교본도 아직 갖고 있습니다. 그 교본을 보며 레나테 홍씨는 남편과 “다시 보자”고 말합니다.

레나테 홍: 다시 봅시다. 다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