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이 시간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Rudiger Frank) 교수로부터 북한의 농업개혁에 대해 들어봅니다. 지난 90년대초 북한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유학한 프랑크 교수는 북한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개별 지원사업보다는 농업부문을 근본적으로 구조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식량문제에 대해 외부 영향력이 미치는 걸 용납하기 어렵고, 농산물 시장이나 농민들의 사유재산을 제도적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구조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김연호 기자가 프랑크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북한의 농업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지원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Frank: I would clearly support such an approach because it's more long-term oriented and it would deal more with the basic issues of the agricultural sector.
저도 분명이 그런 접근방식을 지지합니다.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 농업 부문의 기본 문제들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죠. 북한에 단순히 식량을 지원하는 건 말하자면 병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산 농산물을 남한에 반입하는 것도 남한의 농산물 가격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죠.
장기적으로 북한의 식량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로 탈바꿈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을 많이 해서 식량을 수입할 돈을 마련하도록 경제구조를 바꾸는 한편, 식량 생산을 증대할 수 있도록 농업 부문을 근대화해야 합니다.
북한의 농업을 근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이 필요합니까?
Frank: There are many issues to be done.
할 일이 많습니다. 농업 행정 담당자들을 훈련시키고, 농민들에게는 경작기술을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북한 사정에 맞는 지원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쌀 재배의 경우 북한이 안고 문제의 핵심은 모 심기가 아니라 논에 물을 끌어오고, 비료와 살충제를 뿌리는 데 있습니다. 홍수와 폭우에 경작지가 유실되는 걸 막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사업으로는 풀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그런 대규모 농업 지원사업이 북한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그런 사업이 가능한 겁니까?
Frank: The first condition is the willingness by the N. Korean side to cooperate.
무엇보다 북한측이 협조할 뜻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북한이 그런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외부지원을 받을 준비는 돼 있겠지만, 농업 부문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걸 북한측이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북한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은 더 이상 받지 않고, 개발지원을 받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Frank: What they asked for is meant for specific projects that are proposed by the N. Korean side.
그렇기는 합니다만, 북한의 개발지원 요청은 자기들이 제안한 특정 사업들에 관한 겁니다. 이렇게 드문드문 벌이는 사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중요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의 경우도 아주 좋은 사업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북한 농업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농업 부문 전반에 걸친 구조개선이 있어야 하고, 이것은 북한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아주 민감한 문제들을 건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업 구조 개선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민감한 문제들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합니까?
Frank: First of all, food is strategic product and the N. Koreans do not really like too much outside influence in this field.
무엇보다 식량은 전략물자인데, 이 부문에 외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걸 북한이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자기가 일하는 경작지에서 열심히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 농민들이 농산물을 생산해도 이걸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발달해야 하는데요, 이런 모든 것들이 북한체제의 이념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국제 민간자본이 개발도상국의 농업에 투자할 경우 보통 국제기구의 개발사업을 따라 들어가지 않습니까? 북한의 경우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Frank: That's usually the procedure that the World Bank goes in first and establishes standards and pilot projects and then commercial banks and private investors will follow.
보통 그런 절차를 밟지요. 세계은행이 먼저 해당 국가에 들어가서 사업의 기준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벌이면 민간 상업 은행들과 투자자들이 그 뒤를 따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에 대규모 농업 투자를 하겠다고 나설 민간 자본은 없습니다. 자연적인 조건만 보더라도 다른 곳에 비해 북한이 수익성이 더 높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세계은행도 인도적 지원 사업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농업 투자는 사실 정치적인 성격이 더 강합니다. 결국은 남한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6자회담 실무그룹 가운데 대북 에너지 경제협력을 담당하는 실무그룹이 있는데요, 앞으로 6자회담 틀에서 북한 농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Frank: Six parties have political interest in N. Korea so basically I wouldn't really say no.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만큼, 농업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6자회담 틀에서 농업지원을 어떻게 조직할지, 그리고 왜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6자회담은 기본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틀이지 않습니까. 뭔가를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는 거죠.
반면에 경제지원은 지원을 베푸는 나라들이 책임을 지기도 하지만 혜택도 받기 때문에 혜택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도 중요한 논의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다자적 틀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남북한 양자 협력에 외부지원을 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