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부터 온 사랑이야기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시베리아로 10년전 건설노동자로 나간 북한인 청년이 북한건설현장을 이탈해 러시아에서 한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그 가정이 커지자 모스크바로 거처를 옮겨 망명을 신청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망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청년은 가족과 함께 한국행을 선택하는 결정에 이르게 됩니다. 러시아망명신청 도중 북한에 강제 송환될 뻔한 비운을 겪기도 했지만, 송환도중 도망쳐, 그는 이제 가족과 함께 밟을 자유의 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바로 탈북자 정금철씨의 이야기입니다. 장명화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장명화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이 이야기 자체가 아주 한편의 소설 같아요. 그 주인공인 정금철씨와 그 가족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도 사실 정씨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이 러시아여인을 어떻게 만났을까, 왜 이 사람이 살던 곳을 떠나 모스크바로 갔을까 등등 궁금한 점도 많았고, 낭만적인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정씨는 현재 러시아부인과 그리고 세 살 난 아들과 함께 모스크바에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가 보호하고 있구요. 모스크바에 있는 한국대사관측이 정씨가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동안 장명화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10년 전에 시베리아에 있던 건설현장에서 이탈해서, 거기서 주욱 살았단 말예요. 그런데 왜 느닷없이 모스크바로 와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정씨는 러시아 극동지역인 오렌버그 (Orenburg) 주변지역에서 지방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어가면서 막노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가족이 커지고 질 좋은 삶을 찾아 모스크바로 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는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모스크바 이민사무소에 신청을 했던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모스크바에서 실종됐다가, 러시아 보안당국에 붙잡혀 강제 송환되는 과정에서 하바로프스크의 한 보호시설에 갇혀 있다가, 확인돼진 않았지만, 4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고 전해지지 않습니까?

정씨는 이달 초 모스크바 이민사무소를 찾아간 뒤 실종됐었습니다. 그때 자유아시아방송이 정씨를 도와주던 러시아 인권단체인 ‘시민지원’과 연락이 됐는데요, 정씨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을 가능성에 대해 무척 우려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정씨는 러시아 극동 하바로프스크에서 강제송환 직전 도주해, 블라디보스톡의 유엔난민기구와 접촉이 됐습니다. 그런 뒤 곧장 러시아에 남기 위해 망명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당국이 정금철씨의 망명신청을 거부했잖아요? 정씨의 신분은 어떻게 되는 거죠?

정씨는 망명신청을 거부당한 뒤, 얼마 안 돼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재심 결정이 날 때까지 러시아에서 합법적인 취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강제출국당할 위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내에서 신변위험 탓에 한국행으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초기 보도에서는 러시아부인이 한국에 오는지 여부에 대해 불분명한 상태였는데, 최근 들어 남편이 가면 한국에 같이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에 남기위해 망명신청을 한 것은 정씨가 처음인데요, 지금까지 러시아가 탈북자의 제 3국으로 가도록 망명을 허용한 사례는 10여 차례 정도입니다.

언제쯤 매듭이 지어질까요?

글쎄요, 무엇보다도 러시아당국에 달려있다고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말합니다. 현재 한국대사관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니만큼, 좋은 소식이 빨리 들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