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시장경제, 북한 주민 급속히 파고 든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북한의 실질 국민총소득 가운데 시장거래 소득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는 밑바닥으로부터의 시장경제가 북한주민들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입니다.

남한의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실질 국민총소득 대비 시장거래 비중은 통상 30%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북한 주민들의 경우 국영부문 보다는 장마당이나 변경무역 등 시장경제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동용승 수석연구원은 실제론 시장거래 비중이 훨씬 더 크다며, 이는 북한의 시장화가 밑에서부터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용승: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 30%는 최소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70%정도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인터뷰를 통해 잡았는데, 이걸보면 북한 경제가 시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밑에서부터의 변화자체는 굉장히 진행됐다고 봐야한다. 계획경제라는 것이 명분만 남아있는 상태다.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놀란드 박사도 북한 민간경제의 상당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군경제를 제외할 경우 시장거래 비중을 70%까지 내다봤습니다.

Noland: 북한에선 군부가 상당부분 민간 경제를 대신하고 있다. 적게는 15%~25% 많게는 40%까지다. 따라서 군경제를 제외할 때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차지하는 몫은 최소 30%, 최대 70%로 본다.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계획경제는 사라졌다.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만큼 시장경제가 북한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부분적인 시장경제를 도입한 북한에서는 근래 대외무역이 시장요구에 따라 이뤄지고 있고, 각 기업소의 경우도 시장의 요구가 없으면 생산 확대가 어려운 지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금조달 면에서도 중앙정부가 자금을 넉넉히 공급하기 어려워 오히려 시장쪽에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이후부터 생산제를 제외한 식량과 소비재, 서비스 시장을 합법화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처럼 합법화된 시장을 통해 재정수요를 충당하고 있으며 세입증가율도 6%에 달합니다.

이처럼 국가 경제부문에 시장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북한의 고민도 엿보입니다. 이런 고민은 북한 사회과학원의 윤재철 박사가 올해초 ‘사회과학원 학보’에 실린 기고문에서 “시장주의적 경제를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어떻게 결합시켜야 하는 과제는 중요하고도 절박한 문제” 라고 지적한데서 잘 드러납니다. 그러면서 윤박사는 해결책으로 시장경제도 사회주의 경제의 테두리안에서 추진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놀란드 박사는 계획경제를 고수하는 식의 임시방편으론 북한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다고 봅니다.

Noland: 현재 북한 경제를 보면 대외 교역이 빠르게 성장하며 경제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 정부가 원해서 그렇게 됐다기 보다는 계획경제가 죽을 쑤다보니 북한 주민들이 변경 무역 등 활로를 바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시장경제가 대안임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