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유럽 연합(EU)이 과거 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대규모 농업 협력 사업을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농업 지원사업을 벌이려 해도 북한 지도부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카리타스 관계자: 이것을 다시 온실에 심어서 거기서 1세대 씨감자를 만들어 내는 그런 체계를 갖추고 있는 시설이거든요. 이것이 잘 가동되면 하루 10만개 정도의 무균종자가 생산이 됩니다.
지금 들으신 내용은 지난 2005년 평양 인근에 씨감자 생산시설을 만들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나선 남한 천주교회 지원단체인 한국 카리타스의 관계자가 관련 시설에 대해 최근 자유아시방송에 밝힌 것입니다.
이런 개별적인 남북 농업협력 사업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는 북한의 전반적인 농업 발전을 돕기 위한 종합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남한 성균관대학의 이광석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앞으로 한반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풀려 본격적인 남북 협력시대가 열리면, 현재와 같이 북한에 식량과 농자재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농업 투자협력사업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려 외부자본과 선진기술이 북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광석 교수는 유럽 연합이 과거 공산권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벌였던 농업협력 사업이 좋은 본보기라고 설명합니다. 유럽 연합은 이들 나라에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농업과 농촌 환경의 구조적 개선을 지원했습니다. 이를 위해 농업 경영 개선을 위한 투자, 농수산물 가공과 유통 개선, 농촌 지역에 나무 심기 사업 등이 이뤄졌습니다. 지원금은 사업이 끝난 후에도 철저히 사용 내역을 검사받았습니다.
현재 6자회담 안에 대북 에너지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실무그룹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유럽 연합과 같은 다자적 틀을 통해 체계적인 대북 농업지원이 이뤄질 길은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핵문제에 치중하고 있는 6자회담에서 개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세계은행에서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총재의 수석자문관을 지내면서 북한경제를 담당했던 브래들리 뱁슨 (Bradley Babson)씨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이점을 지적했습니다.
Babson: (The question is 'Is it going to be designed in a way that will really reinforce the economic reforms and restructuring?)
“북한의 경제 개혁과 구조개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북 협력이 짜여질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북한에 들어가는 경제지원이 정치 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북한 경제 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Rudiger Frank) 교수는 북한의 농업 구조를 개선하는 대규모 사업은 결국 강한 정치적 동기를 가진 남한이 앞장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국제 민간자본이 북한에 농업 투자를 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한이 나선다 해도 북한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Frank: (What is needed is a thorough reconstruction of the whole sector and that can only be done with active support of the N. Korean leadership.)
"북한의 농업 문제는 농업 부문 전체를 구조 개선해야 풀릴 수 있는데, 이것은 북한 지도부의 전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농업 구조개선에 들어갈 경우 아주 민감한 사안들을 건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식량은 일종의 전략물자인데, 이 부문에 외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걸 북한 정권이 원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농작물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북한체제의 이념과 직결돼 있어 북한 정권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