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체제통치 수단으로 영화 십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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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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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주립대학(Santa Barbara)의 김숙영 교수 - RFA PHOTO/이진희

영화광인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사회 통치 수단으로 영화를 십분 활용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6일 미국 국회 도서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시기부터 최근까지, 어떤 식으로 영화를 나라 통치에 활용해 왔는지 상세하게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비겁쟁이 꿀꿀아. 꿈달쟁이 꿀꿀아. 몹시 놀고먹던 꿀꿀아. 잔치 상에 니가 제격이지. 내 팔자가 제일 인 줄 알았더니 주인님 잔치 상에 반찬감이 되다니. 비겁하며 일하기 싫어하고 건달을 부리거나 혼자 잘 살겠다고 하면 꿀꿀이와 같은 신세를 면지 못할 것입니다. 혁명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누구나 다 성실하게 일하고 혁명을 위하여 몸 바쳐 투쟁해야 합니다.

지금 들으시는 것은 지난 1969년 제작된 북한 만화영화, “작은 돼지”의 일부분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반제국주의 사상과 혁명사상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주립대학(Santa Barbara)의 김숙영 교수는, 26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열린 ‘김정일과 북한 영화’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1960년대 후반 이후 북한 영화의 변화상을 소개했습니다. 김숙영 교수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달리, 부자 세습을 통해 권력을 잡은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이용해, 권력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Kim: (Kim JI had to use whatever talent he had to pave a road to power. ... he tapped into his artistic talent to really prove his filial piety.)

"김정일은 권력 장악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가진 모든 재능을 사용해야 했는데요, 김정일은 예술적으로 재능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효심을 증명하기 위해 예술적 재능에 눈을 돌렸습니다.“

김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영화는 주민들의 혁명사상을 고취시키는 교육수단이자 선전도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혁명사상을 저하시키는 세력에 대한 비판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제국주의 세력에 대항하는 내용의 영화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북한 영화는 큰 변화를 겪습니다. 선전영화를 통해 세습 권력을 합법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선전영화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김숙영 교수의 말입니다.

(... N. Korea was lagging behind in terms of film-making techniques. He came up with a solution of abducting a S. Korean film couple.)

"김정일은 영화 제작 기술에 있어 북한이 한참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김정일은 당시 남한의 유명한 영화배우. 감독이었던 최은희, 신상옥 부부를 납치하기에 이릅니다."

최은희, 신상옥 부부가 영화 제작에 투입되면서, 제작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과거 금지됐던 개인감정이 영화의 주제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1984년에 제작된 “사랑, 사랑 내 사랑”이라는 영화의 한 부분입니다.

사랑, 사랑 내 사랑, 그대모습 꽃인가. 꽃보다도 어여쁜, 내 사랑이야...

이 전 까지의 북한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랑, 사랑 내 사랑은 북한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북한 영화산업은 핵 위기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심각한 경제난으로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국가 이익을 위한 ‘개인 희생’이 다시금 영화의 주요 주제로 등장하게 됩니다.

2000년대 만들어진 북한 영화들도 정치적 색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숙영 교수는 2000년대 북한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최근 프랑스 칸느 영화제에서도 소개된, ‘한 여학생의 일기’를 들었습니다. ‘한 여학생의 일기’는 미국을 상징하는 미키마우스 책가방을 들고 다니며 도시 생활을 동경하는 10대 여학생이, 나라를 위해 과학발전에 몰두하는 부모님을 결국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x{d665}니다. 김 교수는, 영화가 나온 시점이 작년 8월이고 두 달 후인 10월 북한이 핵 실험을 해 국제적 파장을 일으켰다며, 이 영화를 이용해 나라 전체를 다가올 핵 사태에 대비시켰다는 재밌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