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편파적인 위생검열에 북 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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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에서 연례적인 ‘9, 10월 위생월간’과 노동당 창립일을 맞으며 강도 높은 위생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위생 검열 대상에 따라 편파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주민 불만이 크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6일 “청진시 각 구역에서 ‘9, 10월 위생월간’을 맞으며 각 기관 기업소와 각 단위에 대한 위생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비상방역기간이고 당창건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여느 때보다 엄격한 위생검열이 실시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3월과 4월은 봄철 위생월간, 9월과 10월은 가을철 위생월간입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위생월간이 되면 위생방역소 일꾼들이 위생검열을 진행한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당위원회, 인민위원회 등 지역 기관과 구역 비상방역지휘부의 여러 성원들이 함께 나와 위생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위생검열을 앞두고 각 편의봉사망 단위들이 며칠 동안 내외부 회칠과 도색, 창문 유리 닦기, 주변 정리 등 대청소를 진행했다”면서 “위생검열에서 합격되지 못하면 정문이나 출입문에 불합격 딱지가 붙게 되며 재검열에서 통과될 때까지 영업이 정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식당과 목욕탕들이 불합격되었다”면서 “목욕탕의 경우 당에서 설립해 직영하고 있는 은덕원이나 은정원만 합격이 되고 같은 편의봉사기관 소속이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목욕탕은 거의 합격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그런데 몇몇 (개인)식당과 목욕탕들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불합격 딱지를 떼고 조용히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면서 “그중에는 청진 ‘갈매기각’과 ‘청송목욕탕’도 있는데 바닷가에 위치한 ‘갈매기각’은 간부들이 주로 찾는 고급 식당이고 포항광장 가까운 곳에 있는 ‘청송목욕탕’은 모모한(저명한) 힘있는 간부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자기들은 재검열에 대비하기 위해 문을 닫고 대청소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일부 식당과 목욕탕들이 불합격 이틀 만에 영업을 재개한데 대해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열에 불합격 된 후 슬그머니 다시 영업을 재개하는 곳은 뇌물을 썼거나 당간부 가족 등 힘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란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정주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정주시에서도 위생방역소가 아니라 당, 행정, 사법, 보건 등 여러 기관 일꾼들이 망라된 비상방역지휘부 성원들이 10.10일(당 창립일)을 앞두고 각 곳을 돌며 위생검열을 하고 있다”면서 “검열 대상이 된 대부분의 식당들과 봉사망들이 불합격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다른 곳과 달리 식당, 목욕탕, 사진관, 이동식 청량음료, 음식매대 등의 상업망이나 편의봉사시설들은 역대적으로 위생검열에서 한 번에 합격된 적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대부분의 식당 건물이 낡고 주방 시설과 퇴수처리 등 전반적인 시설이 낙후해 위생검열에서 합격되기 어렵다”면서 “이전에도 위생검열을 나오면 한 상 차려 식사를 대접하고 담배도 몇 막대기 쥐어주면서 어물쩍 합격을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 당과 사법, 행정 기관이 망라된 비상방역지휘부 성원들이 우루루 몰려와 검열을 하는 바람에 식사 대접은 물론 담배 같은 뇌물도 고이지 못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이번 위생검열은 식당, 목욕탕 등 대중 봉사시설에 대한 코로나비상방역을 더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 같다”면서 “코로나 비상방역과 관련한 당국의 요구는 21세기 수준인데 우리나라 상업 봉사망들의 상황은 19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