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관학교 졸업생들에 전방부대 자원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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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청년들에게 탄광, 농장 등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자원)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군관학교(사관학교) 졸업생들에게도 근무여건이 열악한 전연(전방)부대에 탄원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이번에 오진우포병군관학교(평남 은산군)를 졸업한 아들과 동기들 대부분이 강원도 전연 부대인 1군단과 5군단에 배치 받았다”면서 “군관학교 정치부가 당의 요구라며 전연 부대로 탄원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남도에 있는 7군단에서 군 생활을 하다가 군관학교로 간 아들은 원래 복무하던 부대에 배치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그런데 졸업이 다가오면서 군관학교 정치부 간부들이 후방부대에서 온 학생들을 따로 모아 놓고 ‘후방에서 편하게 군생활을 한 동무들이 전연 부대에 가서 최고사령관동지의 뜻을 받드는 것은 군인으로서, 당원으로서 응당한 의무’라는 점을 수차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졸업을 앞두고 진행된 담화(면접)에서도 학교 간부부장이 (우리)아들에게 ‘총비서동지의 요구는 동무가 조국의 전초선인 1군단 부대로 가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 전연(휴전선 일대) 부대로 탄원하는 모임이 열리니 선참으로 탄원하고 충성의 결의를 다지는 것이 향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제로 떠밀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전연 부대로 가라는 요구를 거역하면 아들의 문건(개인 문서)에 딱지가 붙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농장원의 자식으로 군관이 되기 위해 기울인 3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결국 후방부대에서 온 졸업생들 모두가 전연 부대로 탄원했고 아들은 강원도 회양에 본부가 있는 1군단으로 배치를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대에서 당의 요구라며 정치부가 강요하는 것을 누가 감히 거역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1군단에서 오랫동안 군생활을 한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소식통은 이날 “강원도 전연 지역은 황해도 지역과 달리 높은 산악지대로 주민도 별로 없고 교통도 매우 불편하다”며“근무 여건이나 생활 여건도 너무 열악해 누구나 근무하기를 꺼리는 부대”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한번 전연 부대에 배치를 받으면 후방 부대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1군단에서 근무하는 군관들과 가족들은 철령 북쪽에 있는 후방 부대로 가는 것이 군생활 최대의 소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철령은 강원도 고산군과 회양군 사이에 있는 높이 677m의 고개를 말합니다. 예로부터 철령은 오르면서 40리(16km), 내리면서 40리로 굽이가 아흔아홉이나 되는 험한 고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식통은 또 “1군단과 5군단은 전연 군단으로 다른 군단보다 규모도 크고 당에서 제일 관심하는(관심을 갖는) 핵심 부대”라며“과거 김정일은 체제붕괴 위험이 존재하던 ‘고난의 행군’시기 군의 주력인 1군단과 5군단에서 뜻밖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부대보다 더 자주 찾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 열악한 강원도의 심심 산골 부대에서 어떻게 2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견뎠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미 전연 부대에 근무하는 군관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철령 너머에 있는 후방 부대로 가려고 하고, 군관학교 졸업생들마저 전연 부대에는 가려 하지 않으니 강제로 탄원하게 하는 것”이라며“결국 돈 없고 힘없는 평민의 자식들은 어쩔 수 없이 전연 부대로 가야 하는 것이 이 나라 군대의 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 국경연선은 러시아, 중국과 국경을 인접한 지역을, 전연지역은 남북한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을 의미합니다. 또 북한의 1, 2, 4, 5 군단이 전연 군단인데 2, 4군단은 황해도 지역에 1, 5군단은 강원도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