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북 주재원들, 한국TV 볼 수 있는 셋톱박스 설치 늘어

김준호 xallsl@rfa.org
2020.08.04
settop.jpg 종로구 KT스퀘어에서 관계자가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의 셋톱박스는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앵커: 중국 변경도시에 남한과 북한의 텔레비전방송 수신이 모두 가능한 인터넷 텔레비전 셋톱박스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 체류중인 북한 주재원들에 속에서 이 방송수진 장치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의 한 주민 소식통은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려면 커다란 접시 모양의 위성 안테나를 외부에 달아야 하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이 같은 방송수신장치 설치를 주저했던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주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남한의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해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집안에 인터넷망만 갖춰져 있으면 자그마한 인터넷 방송 수신장치인 텔레비전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방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인터넷방송 셋톱박스를 설치해 주는 업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방송용 셋톱박스 설치비용이 크게 내려가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기가 예전에 비해 한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텔레비전 통로(채널) 수가 많은 고급형 세톱박스 설치에는 1,000위안 정도가 들지만 일반형은 250위안 정도면 설치가 가능하다”면서 “저가형 셋톱박스를 설치해도 한국의 공중파 3사(KBS, MBC, SBS) 는 물론 대부분의 종편 방송과 낚시, 바둑 방송까지 수신이 가능 하고 북조선의 조선중앙방송 텔레비전 수신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국 변경도시에서는 셋톱박스만 설치해 놓으면 매달 내는 가입비 없이 한국과 북조선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어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북조선 주재원들도 이 셋톱박스을 많이 설치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위성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외부에 드러나는 커다란 접시 모양의 안테나가 필요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화교출신으로 인터넷 방송수신장치(셋톱박스) 설치영업을 하고 있는 단둥의 한 소식통은 “내가 셋톱박스를 설치해준 고객의 절반 이상이 북조선 주재원들”이라고 전하면서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북조선 주재원들 중 텔레비전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른바 가정방문을 핑계로 주재원들 집을 방문해 조사를 하는 북조선 보위부성원들의 가택 검열이 있지만 보위성원들은 통상적으로 가택 방문 예정일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면서 “때문에 주재원들은 보위성원이 방문하는 동안 셋톱박스를 잠시 숨겨놓는 방식으로 보위부 성원들과의 마찰을 피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위부 성원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집에도 남한 텔레비전 수신이 가능한 텔레비전 셋톱박스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보위성원들이 중국 주재원들의 남한 텔레비전 시청을 단속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셋톱박스를 통해 방송을 수신하다보면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많이 오면 북조선의 조선중앙방송 수신상태가 화면이 떨리고 일그러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북조선 주재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일 없다(괜찮다)’면서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불만을 제기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그들이 정작 보고 싶어하는 것은 남조선 방송이니 괜찮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텔레비전 전파 송출 방식은 NTSC와 PAL 방식으로 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단둥에서 남북한 텔레비전 방송의 동시 수신이 가능해진 것은 요즘 출시되는 텔레비전 수상기에는 양쪽 방식 모두 수신이 가능토록 자동 변환장치가 내장 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작년 6월 단둥의 호텔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방마다 설치했던 한국방송 시청이 가능한 위성방송 수신장치를 모두 철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같은 소식을 전한 단둥의 소식통은 북조선 투숙객들이 한국방송을 시청하는데 대해 불만을 품은 북조선당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남한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한 셋톱박스가 출시된 이후, 단둥 시 당국이나 관련기관에서 셋톱박스 설치에 아무런 제약이나 간섭을 하지 않고 있어 북한 주재원들도 자유롭게 남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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