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로 북한 연료난 심각] ➀ 연료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0.06.22
coal620.jpg 김재룡 내각 총리가 지난해 6월 평안남도 덕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를 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코로나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지 오늘로 140여일 째를 맞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사태라는 이중고 속에서 북한이 겪는 에너지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RFA자유방송은 코로나사태로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연료부족사태에 대해 세 차례에 나눠 기획보도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연료난으로 공장 가동 중단’ 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연료난으로 공장 가동 잇따라 중단

지난 7일 북한은 제713차 당정치국회의를 개최하고 인민경제의 자립을 또다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한 국경봉쇄로 자금난에 직면한 탄광들의 석탄생산량이 크게 하락하면서 화력발전소의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부분의 수력발전소들이 설비의 노후화로 가동을 못하며 공장들이 전기가 모자라 잇따라 멈춰서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소식통>: (공장이)갑자기 멈춘 것도 아니고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멈췄어요...탄광부터 죽으니까...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1일 “전기가 없어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된 것은 발전용 석탄을 공급하는 탄광들이 석탄을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특급기업소인 순천탄광연합기업소마저 탄광 설비와 전기 부족으로 석탄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마비되고 있는 북한 경제.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마비되고 있는 북한 경제.
RFA Graphic

소식통은 “2017년부터 유엔제재로 석탄수출이 중단되면서 자금난에 직면한 탄광들은 발파용 폭약과 탄 굴을 뚫는 채탄장비가 부족해 갱도 굴진부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석탄을 조금씩 밀수출한 대금으로 중국에서 들여오던 채굴 설비와 탄부들의 식량도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차단되어 탄광운영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자력갱생하라는 당의 방침에 따라 탄광들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유압식 채탄기로 탄광 굴진을 하고 있지만 국산 채탄기는 암반에 인차(금방) 마모되고 고장이 잦아 채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탄갱 동발(갱목)도 없어 몇 차례 재사용하다 보니 붕락(붕괴) 사고가 잦아 탄부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일부 생산되는 석탄은 평양화력발전소와 순천화력발전소에 집중 공급되고 있지만, 전기를 공장 기업소들에 고루 공급하기에는 전기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화력발전소에 공급되는 석탄 연료도 부족하지만 발전소의 설비들이 노후화되면서 전력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3급 이하의 기업소들은 전기를 전혀 공급받지 못하고 1급기업소라고 해도 하루 3~5시간 정도 전기가 온다면서 지난 5월 최고존엄(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테이프를 끊은 순천린비료공장도 예외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순천린비료공장은 허울 뿐...비료생산 못해

<소식통>: “비료공장에 린회석이 공급되긴 하는데...그거(전기) 보장 못해서 (광산들이)벌벌 기죠....

평안남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대규모 화학공업기지로 준공된 순천린비료공장은 허울뿐 아직 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생산설비도 완전히 갖추지 못한채 1호행사로 준공한 것도 문제지만 비료원료를 공급해주어야 할 린회석광산이 전력난으로 채굴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순천린비료공장을 어떻게나 정상가동 시키기 위해 내각 총리를 비롯한 큰 간부들을 현지에 파견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경봉쇄 조치에 따른 연료난으로 인해 비료생산과 관련된 화학공업 인프라가 잇따라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간부들, 당의 경제정책에 회의감 드러내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22일 “주석폰드로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실패한 순천비날론공장처럼 순천린비료공장도 비료생산기지로 성공할지 여부를 두고 일부 간부들과 기술자들이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순천린비료공장은 비료가 쌀이고 쌀은 곧 사회주의수호전이라는 당의 경제정책에 따라 급하게 건설한 것이라면서 이를 두고 경제일꾼들은 비료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장 증설보다 경제제재부터 풀어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비롯한 기존의 비료생산기지들을 살려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출신인 한 탈북민은 “북한 경제는 내각이 주도하고 국가계획위원회가 경제발전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경제를 모르는 당이 개입하고 있어 매번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출신 탈북민>: “순천린비료공장은 중간 공장 거쳐야 되는데 건설만 댓다(무작위로)하니까순천비날론공장처럼 폭파해야 될 거에요. 자본주의사회라면 다 죽여야 되는데경제를 살리려면 개혁 개방해야 되는데 그러면 간부들이 순간적으로 돌아서서 체제가 망할 까봐 하지도 못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존망의 위기에 직면한 북한경제, 핵무장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는 것만이 경제의 숨통을 트일 수 있겠는데 여전히 체제유지를 위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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