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북한 주민들은 이미 남한을 비롯해 자본주의 세계 소식에 정통하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일이 있습니다. 북한 대도시 주민들의 옷차림과 외모에서도 개방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 나온 북한 여성 중에는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도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진희: 남한 옷들은 반듯 하다기 보다 약간 파격적인 옷들도 있는데, 이런 옷도 (북한에서는) 괜찮나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저희가 있을 때는 그런 것을 못입게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파격적인 것은 안 되지만 조금씩 너무 사회주의적인 것이 아닌 너무 반듯한 것이 아니더라도 입긴 입는 것 같더라구요.
서울에 사는 탈북자 김진희 씨는 최근 전해들은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탈북한지 5년 된 김진희 씨가 북한에 있을 때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월간 여성잡지 ‘조선여성’ 8월호도 눈에 띠는 평양 여성의 옷차림을 소개하며, 북한 내 정서에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평양시 서성구역에 사는 김연희 씨는 딸이 얼룩덜룩한 셔츠에 기장이 짧고 짝 달라붙는 치마를 입고 나와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연희 씨는 딸아이에게 ‘고상하고 유순한 색깔의 옷, 우리에게 맞는 옷으로 갈아입으라’며 나무랐습니다.
이달 초 남북정상회담 기간 남한 텔레비전에 나온 평양 거리에서는, 빨강 색 등 원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띠었습니다. 옷도 예전보다 몸에 달라붙는 디자인이 많았습니다. 북측 경호원도 군복차림이 아니라, 말끔한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나와 남측 경호원과 구분 짓기 어려웠습니다. 정상회담 남측 금융계 대표로 평양을 다녀온 하나금융그룹의 김승유 회장은, 남한 손님들을 환영하러 나온 북한 여성 중 쌍꺼풀 수술을 한 여성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남한이나 미국 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쌍꺼풀 수술은 수술도 아니라고 할 정도로 성형수술은 흔한 일입니다.
북한 젊은이들이 외국 패션을 추구하고, 당국이 단속에 나서고 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 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이후, 외국 패션을 따라하는 북한 젊은이들이 눈에 띠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밑단 폭이 넓은 나팔바지도, 70년대 남한 공무원들로 하여금 가위를 들고 거리에 나서게 했던 장발도 이미 80년대 북한에서 유행했다고 김진희 씨는 전합니다.
김진희: 대학 때 머리를 길면 안됐어요. 머리가 어깨 밑으로 내려오면 안됐는데, 내려오면 멋있으니까 남자들이 머리를 길렀던 때가 있습니다. 강제로 머리를 짤랐다는 것은 보지 못했고, 걸리면 짜른단다 하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또 한 때는 남자들이 바지 가랑이가 밑으로 확 넓어지는 바지를 입었습니다. 그것도 한 때 못 입게 했습니다. 김진희 씨는 지금은 짧은 반팔을 입고 악세사리를 하는 등 자본주의적 옷차림을 하는 북한 주민들이 눈에 많이 띠고, 당국도 크게 단속하지 않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조금씩 자본주의 문화를 허용하고 있는 증거라며, 북한의 개방가능성을 점쳤습니다.
김진희: “저는 변했다고 생각하고,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북쪽에 있을 때는 자본주의적 문화가 들어오면 사회주의는 타격을 입는 다면서 자본주의 문화 침투를 강력하게 저해했습니다. 자본주의적 옷, 악세사리를 어느 정도에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것도 살금살금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