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대학생들의 어려움은 "언어와 편견"

서울-전수일 chuns@rfa.org

남한내 탈북 청소년들이 대학에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탈북자 대학생들의 취업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새터민 대학생들의 사회진출 문제와 지원에 관한 발표/토론회에 전수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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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대학생 주혜경씨와 전지현씨 - RFA PHOTO/전수일

탈북자 지원단체인 우양재단이 30일 개최한 이 발표/토론회에서 새터민 대학생들의 수는 지난 7년 동안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수는 겨우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재단의 노희정 새터민 지원사업 팀장이 서울과 경인지역의 대학교 34곳의 북한출신 젊은이들의 입학 졸업현황을 확인해 본 결과 2002년 이후 올해까지 입학한 학생수는 모두 278명, 그중에 졸업생 10명을 제외한 재학생 수는 159명. 57퍼센트의 재학율입니다. 절반 가까운 나머지 학생들 109명은 제적되거나 휴학했습니다. 탈북자로서 특례입학이라는 혜택으로 대학교에 들어가기는 쉽지만 대학 교육을 제대로 해내기는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교사를 했고 현재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4학년인 새터민 대학생 주혜경씨는 새터민들이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언어, 특히 영어라고 말했습니다.

주혜경: 처음에 들어가서 영어 때문에 굉장히 놀랐다. 내 학과는 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원서를 보더라. 그래서 영어가 너무너무 어려웠다. 나는 북한에서 상당히 러시아 어를 했다. 한국에 와서는 abcd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토플 토익은 상상도 할수 없고, 영어를 전혀 하나도 못 알아듣고.

그는 입국 초기에 스트레스, 즉 ‘심리적인 불안, 긴장, 피로’라는 뜻의 영어를 몰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일화를 털어놨습니다.

주혜경: 한국에 나오자 마자 스트레스라는 말을 들었다. 저는 그게 먹는 음식인줄 알았다. 3일만에 수퍼에 가서 여러 가지 사다가 아저씨에게 스트레스 달라고 했다. 그 아저씨는 저를 한참 보더니, 여기서 조금 가면 미용실이 있다고 했다.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먹는다 해서 나는 먹는 음식인줄 알았는데 그럼 이것은 먹는 음식은 아니고 바르는 거구나 하고 미용실 아줌마에게 스트레스 라는 것이 있냐고 물어보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라. 제가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스트레스’는 피로고 여기에는 스트레이트 파마가 있으니 하고 가라고 해서 하고 왔다.

주혜경씨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교수님들이 사용하는 한국말도 어려웠고 한국의 역사 얘기를 할 때에도 자신만 알아듣지 못해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영어의 어려움은 서강대학교 중문학과 1학년생인 또 다른 탈북 대학생 전지현씨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지현: 대학공부를 해보니까 앞에분이 말씀하신대로 영어가 제일 달리는 것 같구요. 언어상의 장애 문제로 어린애들은 금방 말투가 변하는데 나이가 있거나 어르신들은 바뀌기 더 힘든 것 같다. 어쩌겠나. 넘어야 할 하나의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탈북자 대학생들은 대학에 다니기전, 그리고 다니면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학업을 따라 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못지않게 어려운 것은 사회나 기관에 취직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북한출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었다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주혜경씨는 올해 졸업반이라서 MBC 정보실을 포함해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는데 보내는 곳 마다 안됐다고 합니다. 자신은 북한에서의 경력도 있고 정보문헌 전공 학력은 물론 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등 컴퓨터 자격증도 모두 딴 실력파로 이력서는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자신이 이력서에 북한 출신이라고 적은 때문일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합니다.

주혜경: 북한사람이라고 이력서에 쓰지 않았더니 두곳에서 면접보라고 연락이 왔더라. 법원쪽에 있는 자료실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원서가 합격돼 면접을 보러갔더니 소장님이 내 말투가 이상하다면서 어디서 왔냐, 강원도냐고 물었다.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면서 왜 원서에 안 적었냐고 하길래 과거 이러이러한 사건들이 있어서 안 적었다고 설명하니 ‘우리도 학생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원서를 기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하더라.

이 같은 편견을 제도적으로 극복하기는 힘이 듭니다. 남한 정부에서도 일반 탈북자들에 대한 취업 지원은 여러 방법으로 하고 있지만 탈북 대학생들의 취업은 전적으로 본인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날 새터민 지원정책과 취업지원제도에 대해 발표한 통일부의 전승호 정착지원팀장의 설명입니다.

전승호: 저희가 기본적으로 취업에 관해서는 근로능력이 있는 분에 대한 지원은 많이 확대를 하지만 대학생에 대한 취업 문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솔직히 말해 준비를 안 하고 있다. 왜냐면 대학 4년을 저희가 지원해드리고 있다. 4년을 지원했다면 그 이후는 본인이 스스로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다. 저희가 대학 4년을 의미없이 지원해 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취업문호를 넓힐 수 있도록 스스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새터민 대학생들이 직면한 언어적인 어려움과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 이날 토론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문제 해소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정종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영어에 차단됐던 과거 때문에 탈북 대학생들이 영어를 초급부터 단계적으로 배워야하는 상황을 감안해 남한 대학생들과 동일 수준에서 경쟁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석 교육훈련팀장은 탈북대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나 관공서등 인사 담당자나 기업 전반에 걸쳐 인식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