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6자회담 북한 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북한 핵시설의 폐기를 위해선 경수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는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김계관: (핵시설) 가동 중지, 무력화, 또 앞으로 궁극적으로는 해체... 그러자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됩니다.
6자회담 북한 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 21일 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가는 길에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북한이 핵동결과 핵개발 계획 신고, 그리고 핵시설 불능화 등을 이행하는 대가로 받는 중유 1백만 톤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김계관: 중유야 뭐 큰 거라고 뭐... 우리가 뭐 중유나 먹고사는 기생충인가 뭐.
김계관 부상은 21일 평양에 도착한 직후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수로 문제는 핵폐기 2단계인 핵시설 불능화 국면에서 진전이 이뤄질 때에 맞춰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핵페기를 원한다면 경수로부터 달라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북한과 다릅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2월 6자회담이 끝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한 이후에나 경수로 건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Rice: (The appropriate time -- I think if you look at the sequence in the joint statement, the sequence was very carefully addressed.)
"2월 13일 합의된 6자회담 공동성명은 각 단계들이 맞물리도록 아주 신중하게 처리했습니다. 경수로 문제는 오늘 당장 혹은 앞으로 몇 단계가 지난 뒤 풀어야 하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북한이 기존 핵개발 계획을 폐기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남아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지난 2005년 9월 합의한 공동성명에는 경수로 관련 규정이 있습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존중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북 경수로 제공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지 않고 적절한 시기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간 겁니다.
미국이 경수로에 관한 논의를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이후로 미루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이 경수로를 평화적으로 이용할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94년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과 핵문제를 협상했던 개리 새모어 (Gary Samore)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의 말입니다.
Samore: (N. Korea could force the inspectors to leave in which case the country would be able to use the facility for military purposes.)
“북한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추방한 뒤, 경수로를 군사 목적에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어떠한 핵기술도 믿고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북한이 핵무기 비확산 조약이나, 한반도 비핵화 선언, 북미 기본합의 등 핵관련 합의를 어긴 전력이 있고,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요원들을 추방시킨 뒤, 핵시설을 군사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지난 2002년 12월 영변 핵시설을 감시하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요원들을 추방하고, 작년 10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경수로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 북한이 핵개발 계획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를 이행해야 하는 핵폐기 2단계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 미국과 북한의 핵협상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의 말입니다.
Wit: (I think what they need to know at the very least is whether that particular project is in their future or not.)
"북한 입장에서는 최소한 경수로 건설사업이 앞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만약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비핵화가 있기 전까지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6자회담 과정이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다음달 중에 실무그룹 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폐기 2단계 문제를 논의합니다. 김계관 부상의 경수로 요구는 당장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 큰 숙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