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초점] “북미 진정한 관계 개선 위해서는 북 민주화 필요” - 로버트 갈루치


2007.07.17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지난 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북핵 6자회담 전망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미국이 북한과 진정한 관계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민주화 진전 또 인권 상황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6자회담 2.13합의 2단계 과정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게 핵목록을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데 이런 조치들을 누가 먼저, 어떤 순서로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합의 이행의 순서 문제는 지난 제네바핵합의 때도 문제가 됐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쌍방 중 누구라도 되돌리기가 쉬운 조치부터 먼저 취하고 되돌리기가 어려운 조치를 그 다음에 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 문제 등과 관련해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정말로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미국은 현재 여러 문제가 많은 북한 정권과 정말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 사도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할 리 없다고 예상했는데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보십니까?

아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해 아무도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할 지 여부를 아직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또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 일단 핵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해도 핵 관련 기술이나 과학자가 그대로 있는 만큼 핵을 언제든 다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관련 시설이 다 없어졌다면 시간을 걸리겠지만 말이죠. 따라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전략적 결단을 내렸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대신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고 중단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그 대답은 그렇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아주 괜찮은 보상(incentives)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미국과의 국교수립과 관련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현재 북한 정권과 미국이 진정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는 정치적으로 힘들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어 기존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북미 관계가 조금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북한이 비민주국가라는 점, 또 인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이 근본적으로 문제란 것입니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일부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정치적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는 기대수준을 현실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폐쇄됐는데요. 다시 과거 94년 제네바핵합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시와 그리 같다고는 말할 수 없겠는데요. 일단 북한은 지난해 핵장치(nuclear device)를 폭발시켰고 그동안 제네바핵합의를 어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6자회담이 때때로 열려 결국 2.13합의가 이뤄졌습니다만 다시 핵폐쇄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과거 94년 제네바 핵합의 관련 경험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북미 양측이 모두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제네바핵합의를 비난했는데요. 당시 그러한 태도가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저는 제네바합의에 대해 매우 방어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한 합의는 아니었지만 북한과 미국 또 동맹국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꽤 좋은 합의였다고 봅니다. 또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는 미사일 문제와 북미관계 개선까지도 논의됐었는데요.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북한 핵문제의 해결책은 ‘협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데 있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목적은 비민주적이고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 정권을 교체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부시 행정부 내 특히 안보 관련 관리들을 이념적으로 매우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핵합의 계속 계승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십니까?

저도 가설적으로 대답하겠습니다. 만일 부시 대통령 대신 클린턴 행정부를 이어 민주당의 알 고어 대통령이 당선됐다면 미국 대표부가 평양에 주재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당시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제안한 북한 핵해법이 진행됐을 것입니다. 북한에 줄 것은 많이 주고 또 받을 것도 많이 받는다는 것이 그 기본 취지였는데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제네바핵합의는 깨졌는데요. 저에게는 매우 슬픈 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원자로를 다시 가동해 플루토늄을 추출해 냈고 적어도 하나 이상의 핵폭발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야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바꾼 것입니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경수로 문제는 흥미로운 이슈 중 하나입니다. 일단 1000메가와트의 대용량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것은 여전히 플루토늄이 추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확산 관점에서 그리 좋은 방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북한의 송전시설 등을 감안할 때 큰 규모의 전력을 제대로 송전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 당시 생각은 경수로를 지어주더라도 북한의 핵개발을 우선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의문은 현재 북한이 다시 경수로를 원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또 만일 북한이 원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여전히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줄 의향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무척 좋은데 아쉽게도 전 그 해답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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