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포기해야,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미국의 힐 국무부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논의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추출해 놓은 플루토늄이 앞으로 6자회담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핵시설을 이미 폐쇄했고, 올 연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약속했지만,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라는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북한이 50kg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플루토늄을 포기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힐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이 협조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북한이 계속 버틴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도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의 울프스탈 선임연구원은 힐 차관보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반도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Wolfsthal: (If N. Korea gives up all its plutonium, then they don't have nuclear weapons.)
"북한이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을 모두 포기한다면, 핵무기를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힐 차관보가 핵무기 원료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 말대로 북한이 플루토늄을 실제로 모두 포기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의 대가로 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을 요구해온 만큼, 플루토늄 포기의 대가로 그보다 더 중대한 양보를 원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북한이 그동안 줄곧 요구해온 경수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 박삽니다.
Sigal: (I think they will demand LWR at the point at which the handing over the fissile material will happen.)
“북한은 핵물질을 넘겨주는 시점에 경수로를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6자회담 협상에서 언제 이 문제를 들고 나올지, 그리고 얼마나 강력히 요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갈 박사는 북한이 그동안 핵폐기 약속을 통해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지원과 양보를 받아낸 만큼, 무리한 요구로 6자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신 부시 미국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봐가며 플루토늄과 관련한 협상에서 최대한 이득을 챙기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