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탈북난민 지원 자금이 미 의회와 행정부의 의지부족으로 집행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미국 내 정치세력으로 떠오른 한인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04년 10월 발효한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미 대통령은 북한 민주와 계획과 탈북 난민지원을 위해 회계연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매년 2천4백만달러씩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발효된지 3년이 지난 지금껏 자금 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10월1일자로 2008 회계연도가 시작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의 존립 근거마저 없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자금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1차적 책임은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인권법 초안 작성에 깊숙이 관여했던 미 허드슨 연구소 호로위츠 선임연구원입니다.
Michael Horowitz: 2천4백만 달러를 사용하도록 승인됐지만 실제로 의회가 돈을 책정한 적이 없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회는 일반적 용도의 난민기금을 책정을 했지만 딱히 ‘북한난민’을 꼬집어 돈을 책정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미 국무부는 일반 난민기금 가운데 일부를 북한난민을 쓰는 데 사용했다.
크리스티안 화이튼 미 국무부 북한인권담담 부특사도 지난주 홍콩대학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돈을 책정하지 않아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난민 지원용 기금은 한 푼도 집행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미 의회가 북한인권법에 지원자금을 명시하고도 막상 돈을 책정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미 의회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난민처럼 특정 난민에 한정해 돈을 책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 못지 않게 행정부, 특히 주무 부처인 국무부의 성의부족을 탓하고 있습니다. 국무부가 의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체 난민기금을 적극 활용해 탈북난민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내 북한인권 옹호에 앞장서온 비정부기구 디펜스 포럼의 숄티 대표입니다:
Scholte: 북한인권법은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용하라고 준 도구였지만 제대로 활용하질 못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했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하지 않는가? 탈북난민을 위한 자금이 집행되도록 하려면 부시 행정부의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
허드슨 연구소의 호로위츠 선임연구원도 의회보다 국무부를 더 질타합니다.
Horowitz: 북핵 외교에 나선 힐 차관보가 우선 반대다. 중국이나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는 걸 우려해서 북한난민을 위한 돈 책정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다. 그건 영영 주지 말자는 것이나 똑같다. 힐 차관보는 처음부터 북한인권법을 혐오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현재 북한과의 핵협상 진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의회도 내년의 대선과 중간선거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북한인권법에 따른 자금 집행이나 국무부의 자체 자금집행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내 한인 교포들이 적극 문제를 제기할 경우 행정부와 의회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호로위츠 선임연구원입니다.
Horowitz: 결국은 이 문제는 전적으로 한인교포 사회에 달려있다. 북한난민을 도우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 의회는 상상도 못할 돈을 줄 것이다. 미국내 한인교포사회는 정치적으로 아주 강력하다. 만일 이들이 나선다면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이 너도나도 북한인권을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 북한주민의 해방과 인권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쥔 사람은 부시 대통령도 아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아니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아닌 미국의 한인사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