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북한은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 가입 의사를 밝힌 이래 2000년에는 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90년대 중반 이후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계속 시도해 왔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시사진단 오늘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8.15 축사) 이제는 남북 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남한 노무현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이달 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을 밝혔습니다. 핵심은 북한에 자본을 투자해 자원개발이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남한 당국은 60조원, 미국돈으로는 6백억 달러가량으로 예상되는 남북 경제협력 비용 중 많은 부분을 저개발국에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해주는 국제금융기구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입니다. 권오규 남한 경제부총립니다.
권오규 부총리: 세계은행, 또 아시아개발은행(ADB), 이런 국제금융기구와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으로 있고...
이같은 남한 정부의 구상은 북한이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 가입 의사를 밝힌 이래 2000년에는 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90년대 중반 이후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계속 시도해 왔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가능할까 하는 점입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순항으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장애물 중 하나는 제거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한반도 경제문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Marcus Noland)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입니다.
Noland: (While the nuclear issue in a formal sense does not present a bar to North Korea joining these organizations, certainly progress on the nuclear issue will be a necessary component of a process by which North Korea could join these organizations.)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북한 핵문제가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문제 진전은 북한의 금융기구 가입 과정에 필수 요건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국제금융기구에서 미국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회원 가입을 위해선 미국의 승인 외에도 각종 경제 관련 통계 공개 등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호미 카라스(Homi Kharas) 전 세계은행 동아시아 국장(Chief Economist and Director for the East Asia and Pacific region in the World Bank)의 설명입니다.
Kharas: I think to become a member of the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you have to accept you are playing by the international rules of game. It's not an issue of one country or another country blocking entry. It's really a matter for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demonstrate through its actions that it is prepared to act as a responsibl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위해선 국제적 규범에 따를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건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가입을 막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설령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국제금융기구는 지원될 자금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당 국가가 부패방지 대책 등을 취할 것을 이행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금융기구의 북한 경제개발 자금 지원에 부과될 이행조건과 관련해 논문을 발표한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의 최창용 연구원입니다.
최창용: 국제금융기구는 북한이 일정한 수준까지 경제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한 개발자금을 쉽게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 국제금융기구가 내세우는 여러 이행조건들 가운데 핵심은 투명하고 책임있는 공적관리능력 즉 높은 국정관리 지수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발표된 2006년 세계국정운영지수(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s) 보고서에서 6개 부문 중 정부 효율성, 규제, 부정부패, 언론자유 및 투명성 등 4개 부문에서 전세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 아래선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자금을 지원받기는 어렵습니다.
최 연구원은 결국 국제금융기구로부터 개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북한이 외부 원조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집행하는 체계를 갖추고 부패해결은 물론 인권과 법치에 기반을 둔 민주적인 정부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창용: 세계은행은 경제개발과 빈곤감소를 막는 최대 요인 중 하나로 부패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발 원조를 제공하면서 해당국 정부에 대한 국제규범의 준수를 보다 엄격히 요구하는 현실은 북한에 대한 개발 지원에도 예외가 되기 힘들 것입니다. 이미 국제사회는 대규모 북한 지원의 조건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진전과 더불어 인권 개선 여부를 주목하고 있으며 지원 물자의 투명성, 반부패 조치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금융기구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북한이 돈을 받기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리게 된다는 것도 문젭니다. 세계은행에서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 공산권 국가들에 대한 개발 지원을 담당했던 카라스 박사의 설명입니다.
Kharas: (When the World Bank was reengaged with Vietnam in the late 1980s, initially the form of assistance was primarily technical assistance with policy formulation. There were large number of studies that were done by the World Bank in specific sectors in agriculture, in transporting in energy. It was only after those studies have been completed which was period lasting several years, that the World Bank moved to the next phase of assistance which was to participate in specific investment projects in Vietnam the construction of certain roads, the rehabilitation of certain irrigation facilities.)
"세계은행은 1980년대 말 국가 경제 정책 수립을 돕는 것으로 베트남에 대한 개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농업, 운송체계, 에너지 등 각 분야별로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이 연구과정에만 몇 년이 필요했죠. 이런 오랜 과정을 거쳐서 세계은행은 도로건설, 농업에 필수적인 관계시설 개보수 등 베트남의 사회기반시설 건립에 참여했습니다."
카라스 박사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 과정에서 과연 지원된 자금이 당초 목표대로 사용되는지, 베트남 정부가 독자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의 경우 세계은행이 개입해 기술 지원부터 시작해 빈곤퇴치 차관 형태의 정부 예산을 직접 지원받기까지는 무려 15년이나 걸렸습니다. 한편 카라스 박사는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기 이전이라도 부패방지와 경제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세계은행의 기술지원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