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기업인들과 연구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남한 경제대표단은 지난 14일 평양을 방문해 국제상품 전람회를 참관했습니다. 남한 경제대표단은 북측과 이틀 동안 네 개 분야 걸쳐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의류, 신발, 비누 등 경공업 분과, 해운 산업 분과, 기반시설 분과, 남북경제협력과 국제협력 분과 등에서 남북한 양측은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어서 남한 대표단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의 안내로 평양에 있는 류원 신발공장과 봉화 피복공장 등 경공업 관련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남한대표단을 동행 취재한 남한 한겨레 신문의 이용인 기자의 말입니다.
이용인: 남쪽 신발전문가들이 류원 신발 공장을 보고서, 생각보다 설비들이 최신식이다. 예를 들어서 사출기라고 있는데, 신발의 밑바닥 고무창을 만드는 설비인데요, 대만제 사출기를 수입해서 비교적 최신시설을 갖춰놨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조공정도 별로 다르지 않구요.
지난 1988년에 세워진 류원 신발공장은 현재 8백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2천 켤레 정도의 운동화와 장화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은 평양시민들에게 공급됩니다. 봉화 피복공장의 경우 남한 의류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생산한 제품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재봉틀도 남측에서 받은 것이라 비교적 최신식이었다고 이용인 기자는 전했습니다.
외부공개를 꺼리는 북한체제의 성격을 감안할 때, 남측 기업인들이 북한 공장을 둘러보았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집니다. 남북한은 작년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한이 경공업 원부자재를 대고 북한이 지하자원으로 이를 되갚기로 합의했으며, 지난 22일 합의서가 정식으로 발효됐습니다.
남한대표단의 이번 경공업 시설 방문은 이같은 합의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탐색전의 성격을 갖습니다. 한겨레 신문의 이용인 기자는 북측이 남한의 시설과 설비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으며, 남한 대표단 관계자들도 북한과의 경공업 분야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용인: 신발공장에 들렀을 때 같이 동행했던 신발 피혁연구소 본부장님이 수제 패션 신발을 남북이 함께 만들면 유럽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신발 위에다 손으로 수작업을 해서 수를 놓는 그런 개성있는 신발들이 지금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수를 놓는 작업같이 손작업이 많이 필요한 건 북쪽에서 맡고 신발 밑창이나 깔창같은 경우는 상당히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은 남쪽의 시설이나 기술로 제작해서 합치면, 신발 한 켤레당 2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상당히 싼가격에 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구요.
반면 영남 배수리 공장의 경우 시설 규모가 너무 작고, 통신과 기술진 상주 등 남측과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 당장 남북 협력이 이뤄지기는 힘든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만 부산이나 군산항에서 남아도는 크레인과 같은 유휴시설을 남포항에 들여와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기발시설로 쓰자는 남측 제안에 대해 북측도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