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다음 달 초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폐기를 향한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합의가 나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조엘 위트(Joel Wit) 씨는 차기 회담에서 북한의 핵동결까지는 합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이상 진전은 보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23일 베를린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미국의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상은 또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폐기 협상에 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것은 변하는 것 아니냐’고 답해 북한 측의 유연한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해 12월 재개된 6자회담에서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돼 있는 북한계좌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폐기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고 이에 따라 아무런 성과도 없이 회담은 종결됐던 바 있습니다.
남한의 천영우 6자회담 대표도 23일 김계관 부상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6자회담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6자회담 재개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늦어도 다음 달 5일이 시작하는 주에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천 대표는 또 미국과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에 대해 두 나라 모두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낙관적인 6자회담 재개 전망과 관련해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협상단의 일원이었던 조엘 위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문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차기 회담에서 일부 진전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핵활동 동결 이상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Joel Wit: (I don't think that lifting the freeze on the bank account is kind of the magic key that will open the door to the dismantlement...)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된 북한 계좌를 해제하는 조치가 북한을 핵폐기로 나가게 하는 마술 열쇠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은행과 관련된 미국의 전향적 조치가 북한의 핵폐기 관련 초기조치의 일부 이행을 가져올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북한이 단기적으로 핵동결 이상의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동결 조치를 취한다 해도 이는 단지 2002년 2차 북한 핵위기가 시작될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입니다. 이는 현재 부시 행정부가 바라고 있는 북한 핵개발 계획의 완전한 폐기와는 한참 거리가 먼 것입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핵동결 조치에 합의한다면 거기엔 나름의 정치적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Joel Wit: (If North Korea agrees to a freeze, it could be doing that any number of reasons...)
“만일 북한이 제한적인 핵활동 동결에 합의한다면 이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핵실험으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핵동결을 통해 숨 쉴 공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핵동결 조치는 지난 2002년 북한이 그랬듯이 언제든 다시 번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진정으로 미국과의 핵폐기 협상에 의지가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열어두자는 계산일 수도 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이어 최근 미국이 특히 대북금융제재 문제와 관련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핵폐기 과정에 따른 미국 측 상응조치의 내용과 그 이행시기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보일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민간외교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의 게리 새모어(Gary Samore) 부회장도 지난달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능력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북한 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