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영국 출신 유럽의회 의원인 글린 포드(Glyn Ford) 의원으로부터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포드 의원은 북한 당국이 안보문제보다 경제회생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나아지면 인권상황도 많이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글린 포드 의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하셨는데요, 북한에 모두 몇 번이나 가보셨습니까?
한 15번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가시니까 전에 가셨을 때와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던가요?
이번 방북에 앞서 지난해 11월, 12월에 북한에 갔었는데요.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평양과 다른 도시에서 돈 있는 북한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올 초 6자회담 2.13합의가 있었구요, 또 최근 BDA, 즉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됐던 북한의 자금이 모두 평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이 영변 핵폐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북한 방문의 주요 목적은 뭐였습니까?
유럽의회의 한반도 관련 대표단의 양측 교류와 관련한 공식 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무척 시의 적절했다고 봅니다. 저희가 도착하는 날 북한을 방문했던 미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때마침 북한을 떠났고, 또 저희가 북한을 떠나는 날 국제원자력기구 실무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가서 보시니까 북한 측의 6자회담 합의 이행에 대한 태도가 어떻던가요? 북한 측이 2.13합의의 초기단계 이행조치인 영변 핵시설 폐쇄 합의를 확실히 지킬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번째 단계에서의 북한의 핵프로그램 목록, 또 보유 핵물질 신고 단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최근 김 위원장은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는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직접 만나보신 것은 아니죠?
김 위원장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유럽연합 외교관들과 또 관찰자들(observer)의 말을 들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저희는 독일의 심장질환 전문의들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최근 돌아간 것을 알고(aware)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심장 관련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수술 결과가 좋다는 것도 입증이 된 것 같은데요. 지난주 김 위원장이 중국의 외교부장을 만나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김정일 위원장이 완전히 회복해 정상적인 업무를 다 수행할 수 있는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방금 전 지적하셨지만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핵무기를 보유하고 미국과의 외교관계정상화를 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과연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일단 북한은 미국의 안보보장과 국제사회의 경제지원 계획, 또 인도적 지원 등을 대가로 핵포기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려운 점은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가 여전히 매우 크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 즉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의 칸 박사로부터 수소핵무기(hydrogen weapons) 관련 설계도와 우라늄 농축 핵개발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등 관련 장비를 입수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만약 북한이 관련 장비의 수입 사실은 시인하지만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은 없다고 주장하고 나온다면 미국이 과연 이러한 북한 측의 말을 믿을 준비가 돼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HEU 프로그램과 관련한 영국이나 유럽의회 쪽의 정보 판단은 어떤 것입니까?
영국의 정보판단이라기 보다는 유럽의회가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북한이 파키스탄 칸 박사로부터 얻은 수소핵무기(hydrogen weapons) 설계도와 몇 개의 가스 원심분리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필요로 하는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실험실용 수준일 것이란 생각입니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전력과 장비가 없을 것이란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북한의 핵포기와 연관된 북미수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물론 유럽연합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정상화, 또 북일수교를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교체보다는 북한 정권의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변화는 그들이 안보문제 보다는 경제회생에 집중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수교는 양측의 주장을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미국과 북한 지도부의 의지와 용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최근 부시 미국 행정부는 BDA, 즉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또 힐 차관보를 북한에 보내는 등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을 위한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물론 우리는 이런 미국의 입장을 크게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미국 부시행정부 안에 대북협상파와 대북강경파가 혼재해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부시 행정부 내 이러한 내분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폐기 문제를 협상으로 풀려는 세력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도한다면 보다 문제 해결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방북 기간에 북한 측과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습니까?
지난 2001년 저희 유럽연합의 고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측과 인권 관련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후 몇 차례에 걸친 대화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과 관련한 여러 유익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유엔의 인권결의안을 주도하자 북한과의 인권대화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측은 유럽연합과 인권대화를 다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인권개선과 관련해 무척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번 유럽의회 대표단 중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특히 비판적인 헝가리 출신 젠트-이바니 의원의 북한 입국 비자를 내주지 않으려 하지 않았습니까?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번 경우 북한 당국의 비자발급 결정이 늦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번 대표단원의 북한 입국비자는 모두 발급됐고 평양에서의 활동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었습니다. 대표단원 중 때때로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했던 한 의원의 비자발급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의원도 결국 함께 북한에 갔고 임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영국 등 유럽연합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방법은 뭐라고 보십니까?
우선 유럽연합과의 인권대화 재개를 들 수 있겠습니다. 과거 이런 대화를 통해 일부 인권상황에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아진다면 인권상황도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북한과 유럽연합 사이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어떤 전망을 가지고 계십니까?
일단 북한 핵문제만 해결되면 유럽연합은 적극적으로 북한 경제 회생을 도울 것입니다. 지난 2002년 10월 시작된 이른바 제2차 북한 핵 위기로 인해 중단됐던 유럽 나라들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